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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마마 Aug 20. 2024

덜어내는 삶 D-day17

태풍 종다리가 오고 있다.

걸으러 나갈 생각은 아예 안 하고 있다.

같이 운동하는 경이가 담낭제거술을 해서 한 달은 함께 쉰다.


집에 머무르려니 대용량 새우깡을 샀다.

먼지 추천 내가 적극 찬성한 새우깡

먼지가 콩나물을 무쳐달랬다.

이것저것 장을 봤다.


오늘 산 콩사물을 나름 콩깍지를 털어내어 삶았다.

부엌에서 나오고 싶은데 하나씩 할 것이 늘어난다.

지난 주말 욕심내어 따온 아직 노랗게 익지 않은 새파란 젊은 호박도 잡았다.

내친김에 어머님께서 아침에 주신 야채들도 손을 좀 봐줬다.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흙도 약간 묻어 있던 보라색 비닐봉지 안에는 호박잎, 애호박, 오이, 물외, 오이고추가 들어있었다.

우선 야들한 어린 호박잎을 쪘다.

오이와 물외는 동글동글 송송 썰어서 굵은소금 식초 설탕 고춧가루에 버무렸다. 미원 살짝 참치액젓 살짝 매실청도 살짝 넣어주고 대충 버무려 완성했다.

오이고추는 둘째가 혹시 먹을까 해서 다시 야채실로 보냈다.

어머님께서 야채를 주시는 속도가 우리가 야채를 먹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애호박이 다시 열개쯤 쌓였고 냉장실 맨 위칸에 두었다. 독서모임에 나눔을 할까.


결명자차까지 끓이고 나서 드러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다.

애호박감자스팸짜글이 레시피가 눈에 들어와 카톡으로 나에게 공유했다.

내 머릿속에 온통 뭐 해 먹을까였구나.


오늘은 뭐 먹을 거예요?


뭐 먹을래?


엄마가 알아서 몸에 좋은 걸로 해주면 안 돼요?


누가 해 주는 밥을 매 끼니 내 입에 맞는 것만 걱정 없이 고민 없이 내 양만큼 배고프지 않을 정도만 그리고 배부르지 않을 정도만 먹었으면 좋겠다.

엄마도 아내가 필요하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하다.



음쓰버리고 동네 한 바퀴 하던 날 저녁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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