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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는 세계

널 우리 가족의 막내로 임명한다

by 스윗슈가 Oct 29. 2023

집사생활을 한지도 어언 8개월 차.

살면서 한 번도 내가 고양이 집사가 되리라고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고양이 특유의 냐옹소리, 날카로운 손 발톱, 수염.

고양이가 갖고 있는 그 외모적 특징에 어느 하나 호감을 느낀 적도 없고

딱히 고양이가 귀염성 있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강아지라면 몰라도)

그러다 유튜브를 보고

브리티시숏헤어라는 종 특유의 빵실함에 꽂혀

호감이 용기로,

용기가 실행으로 바뀌던 날 체리를 분양받았다.



8개월 차 체리는 밀당의 고수다.

5 갤까지만 해도 초아기였는지

내 배 위에서 마냥 골골골... 했었는데 점차 성묘가 되어가며

필요할 때만 와서 냥냥하는 나름 엄청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해가고 있다.

털 많은 귀여움 덩어리 생명체가 내는

가르랑 소리란...

맨 처음 체리가 들려주던 낯설고도 희한한 자장가에 내 모든 신경은 숨을 죽이고 이 중독이 빨리 끝나지 않길 바랐다.


발바닥마다 까만 연탄을 묻히고 태어난 체리는

그 깜장젤리사이에 삐죽삐죽

구둣솔 같은 까만 털도  같이 숨기고 있다.

체리가 그 깜장젤리를 뒤집고 눈을 반쯤 뜨고 누워있을 때면

나는 그 보드라움을  만지지 않고서는 버틸 재간이 없다.


한쪽 발을 들어 어서 만져보라고.

보들한 귀여운 검정장화들은 기분 좋을 땐

내 손을 언제나 환영한다.

펫시터에게 체리를 맡기고

 3박 4일을 여행을 마치고 오던 어떤 날.


체리는 보자마자 온몸을 나에게 비비며 골드색 동그란 얼굴로 열심히 헤드번팅(이마 부딪히기)을

했었다.


어디 갔다 왔느냐고. 너무 반갑다고

온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아... 정말 날 알아보네. 미안함과 보고 싶었던 맘이 교차하며 이산가족이 얼싸안듯 어르고 만지고... 눈물이 쏟아질 듯 먹먹한 적이 있다. 여행 중에도 문득문득 생각나고 보고 싶더니, 체리는 그냥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우리 집의 구성원. 감정을 나누는 사이. 어느새 진짜 가족으로 그렇게 정이 함빡 든 게 사실이다.

공 가지고 노는 모습, 밥 달라고 냐옹거리는 모습

나름의 표현과 언어가 있는 생. 명. 체. 이자 가족...


브런치 글 이미지 1



고양이 똥치우기 싫다며 끝까지 곁을 안 주던 신랑도

아침에 동그란 얼굴로

캣타워에서 빤히 응시하는

체리의 초록빛 눈동자에

그냥 무장해제된단다.



자기도 똑같이 깜박깜박 눈인사를 같이해주고

이제 그는 체리의 아침밥 전담이 되었다.



우리 집 딸내미는 말해 뭐 하랴

자기 동생이라고 일기장에

체리이름을 열심히 쓰고

놀다가 안 씻은 손으로


어찌나 격하게 끌어안는지

고양이동생은 언니만 보면

 침대 밑으로 직행이다.


이렇게 8개월째 고양이이빨도 닦이고 털도 빗어주고 가끔 똥구멍도 닦아주고 역으로 그루밍도 당하는(최애사랑표현) 나는 행복한 고양이 집사다.


같은 집에서 밥 주고 밥 먹고

쓰다듬고 애정하고

눈빛교환하는 우리는 어느 새 고양이와 가족이다.

 

벌써 이 아이 없으면 어떡하지.

나보다 빨리 가면 어떡하지.


겁이 더럭 나다가도

식빵 굽는 왕솜방맹 앞발에

배 까뒤집고 누워있는 모습에

그 귀여움에 헤벌레...

순식간에 케이오당하고 만다.


너무 이뻐하는 날은

귀찮은지 잘 오지 않는 게

밀당까지 잘하니 어쩌란 말이냐 널.



인생에 고양이를 합하면 무한대라더니..

1년 차 집사는 내가 모른다고 폄하하거나 무관심했던 것이 사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인생에 숨어있는 작은 반전을 배웠다.



아직도 다 모르는 고양이라는 세계에서-.



브런치 글 이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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