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자, 맛동산 그리고 오메가 3

by 스윗슈가

나는 하루에 두세 개의 감자와

한 덩어리의 맛동산을 캐는 것이 주임무인 집사다.

건강하게 잘 뭉쳐진 감자와 길게 쭉 뻗은 맛동산은 냥이의 건강지표이기도 하다.


체리는 감자상태는 좋은데 맛동산이 다 끊어진 모양인 경우가 종종 있어 고양이 카페에서 신통하다는 사람 유산균을 주문해 온 가족과 같이 먹고 있다.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신장이 취약한 종이라 오메가 3을 어릴 때부터 먹이면 좋다 해서 알약 오메가 3도 급여 중이다. 그야말로 집사는 고양이의 안식을 위해 조공에도 힘쓰는 것이다.


알약이라 대부분 안 먹으니 강제 급여해야 한다는

글을 보고 냥이의 입을 억지로 벌려 영양제를 넣었다. 한두 번은 그런대로 먹더니 세 번째부턴가 넣자마자 어떻게든 뱉어낸다. 경기도 대표순둥냥(엄마지정)이 이럴 순 없어 믿어지지가 않아서 오기로


연거푸 여섯 번을 억지로 밀어 넣었더니 정말 어떻게든 목을 고구려 뜨려 뱉어내는걸 보고서야 포기.



그래... 그냥 바닥에 놔둘 테니

먹어봐 좀~~~

노묘도 아니고 이제 한 살 청소년 고양이에게


오메가 3까지 먹이는 거로 힘 빼지 말자 포기하려는 찰나, 날름날름 혀로 그것을 핥더니

꿀꺽 한입에 삼킨다.


아! 너 먹기 싫은 게 아니었어!


억지로 먹이는 게 싫었구나.



ㅡ엄마가 널 너무 얕잡아봤다

미안.



경기도 대표순둥냥 체리는

약도 잘 먹는 효묘로까지 등극했다. 고양이 도치맘집사는 너무나 신통방통해서 또 카페에 약 잘 먹는 냥이 있나요?


문의했더니 대부분 게거품을 물며 안 먹거나 그날로 약 먹이려다 집사가 자잘한 상해를 입는다 한다.


나는 잠시 고양이 카페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기호성 떨어진다는 1군 습식도 잘 먹고 사람유산균도 잘 먹고, 오메가 3까지 셀프로 드셔주시는 우리 집 최연소 생명체. 나의 반려동물. 내 순둥이. 너에게도 생각과 감정이 있음을 존중하마. 뭐든 억지로는 거부할 만해.


냥이가 스스로 알약 못 삼킨다는 편견 따위는 버려야 했던 날이었다. 먹는 행위에 대한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하마. 오늘부터 좀 더 겸손해지기로 한 나는 이렇게 냥이를 모시고 부분적 자율권, 간식요구권, 사냥 놀이시간도 최대보장하려 애쓰는 집사엄마가 되기로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양이라는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