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주물 제련 공장 중대재해 현장에 대한 회고
찰나의 순간이었다. 질소 배관을 연결해야 하는데 산소 배관을 연결했다. 1,300도로 달궈진 제련 설비는 산소가 주입되면서 폭발했다. 제련설비에서 비산 된 뜨거운 용탕이 작업자에게 튀었고, 비산 된 용탕으로 인해 그는 제련설비 아래 구덩이로 떨어져 숨졌다.
명절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명절로 마음이 들뜬상태였다. 하지만 들뜬 마음도 잠시 뿐이었다. 자동차 부품을 제련하는 주물공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로 급하게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는 상사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는 주로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보건공단, 소방서와 경찰 등 사고 초기 조사를 위해 투입되는 인력이 파견된다. 동시에 해당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공정은 징벌성 작업중단 명령이 떨어진다.
먼저 사업장 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방문하자마자 작업 중단 명령을 내린다. 그와 동시에 사업장 내 서류 일체와 재해 현장에 대한 조사, 사업장 전반에 대한 안전보건 관계법령 위반 사항들을 수사한다. 그동안 사업주는 재해 재발 방지대책을 제출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로부터 해당 재해 예방 대책이 타당한지 검토를 받고 이후 작업중지명령 해제 심의 위원회를 통해 작업중단을 해체해도 될 정도로 계획을 잘 세웠는지 심의 및 의결을 받게 된다. 기본적으로 약 한 달 정도 심의를 받는다.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더 늘어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다.
재해로 인해 작업중단명령을 받게 되면, 거래처(또는 원청사)와 계약 당시 납기하기로 한 물량을 맞추지 못한다.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 심하면 거래가 끊기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직원 임금을 제때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회사에 큰 타격이 된다.
대다수 기업들은 중대재해 상황 대응이 처음이거나, 있더라도 굉장히 오래전 일이다. 그 과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결국 안전진단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작업중지해제 컨설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재해가 발생한 현장에 처음 들어왔을 땐 전 직원이 분주했다. 이미 근로감독관을 비롯해 경찰, 소방 당국에서 해당 사업장이 관계법령(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소방 3 법)을 얼마나 위반했는지 현장 확인과 관계 서류 일체를 모두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장 근로감독관들이 지적한 문제점을 손보기 위해 전 직원이 특근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한쪽 구석에선 추락 방지용 난간을 제작하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일단 생산된 물량을 수레에 싣고 있었다. 재해사고가 발생한 현장에는 경찰 당국에서 설치한 접근 제한선이 처져 있었다.
사업장을 간단히 둘러보고 사무실 한켠으로 향했다. 사업장 안전관리팀과 간단한 면담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면담장에서 마주한 사업장 안전팀, 특히 안전관리자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사업장 안전관리자는 근로감독관 조사, 소방당국 조사, 경찰 조사, 재해 유가족과의 장례절차 및 배상 문제로 인해 기진맥진한 상태였으며,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런지 두 눈이 퉁퉁 불어 있었다. 아수라장도 이런 아수라장이 없었다.
사고에 대해 처음 연락을 받고 이동했을 당시에는 일하다 숨진 사람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들었다. 현장을 잠시 둘러봤을 때는 이렇게 사업장의 열악한 환경에 욱하는 감정이 치고 올라왔다. 그와 동시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 기진맥진한 안전관리자의 꾀죄죄한 옷차림과 불어버린 데다 계속 눈물을 닦다 보니 붉게 달아버린 얼굴, 두 눈과 작업복 끝에 뭍은 눈물자욱을 보고서는 안전밥 먹는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 마구 뒤섞여서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날 지역 방송사에서는 짤막한 보도가 나왔다. "ㅁㅁ지역 ㅇㅇ사업장에서 근로자 추락 사망,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처벌법 적용 여부 검토 중" 단 한 줄짜리 보도에는 현장의 난잡함과 긴박함,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몫을 담지 않았다. 그저 건조한 문장의 나열만 있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