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로맨스] 노을 속에 산책

by Katie

[단편 로맨스] 노을 속에 산책


평택 외곽,


논밭이 펼쳐진 시골 풍경 한가운데 캠핑장 같은 분위기로 꾸며 놓은

카페가 하나 있었다.


카페 안도 나무 질감이 살아 있는 동양풍 소품들로 분위기 있게

꾸며져 있었지만, 더 눈길을 끈 것은 바깥 풍경이었다.


넓은 잔디밭 위로 전구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곳곳에 놓인 텐트 모양의 차양과 작은 나무 의자,

나무 테이블들은 그곳을 작은 캠핑장처럼 보이게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 손님들이 유난히 많았다.

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아이들은 잔디밭 위를 신나게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그 손님들 사이, 베이지색 파라솔이 펼쳐진 테이블에

남녀 한 쌍이 마주 앉아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은 브런치 메뉴를 막 다 먹은 뒤,

아직 남은 음료를 앞에 둔 채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분명 결혼할 생각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자꾸 부모님이 다시 만나 보라고 하셔서요.

저희 어머니가 너무 극성이셔서… 정말 죄송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남자는 짧게 대답하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

여자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제 앞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시선을 옮겼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 디카페인으로 시키긴 했지만,

사실 그녀가 원한 건 카페인이 든 진한 커피였다.

불면증에도, 다이어트에도 좋지 않다고 해서 참고 있을 뿐이었다.


"저번처럼 너무 본격적인 선 자리 분위기는 싫어서

이번엔 브런치 카페로 오자고 했는데, 음식은 괜찮으셨어요?"


"네, 괜찮았습니다. 저도 빵이나 스파게티를 좋아해서

이런 메뉴도 잘 먹습니다."


남자는 잠시 카페 주변을 한 번 천천히 둘러보았다.

카페 앞에는 시골집과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는 이 시골의 한적하고 차분한 풍경이 내심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카페 분위기도 캠핑장 같아서 좋습니다."


그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이 하도 말씀하셔서

맞선 자리에 나오긴 했어요.

그래도 저번에 뵙고, 민지 씨라면 한 번 더 만나 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나온 겁니다."


"네…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여자는 남자의 말을 듣고 짧게 대답한 뒤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얼음이 든 아메리카노만 천천히 저으며 어색한 침묵을 메우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여자를 바라보다가 처음 만난 날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날, 식당에서 만난 여자는 남자에게 꽤 날이 선 태도를 보였었다.


이 맞선을 성공적으로 해내겠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그런 태도가 불편했다. 그러나 결혼이라면 질색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길래, 그는 문득 궁금해져 물었었다.


"민지 씨에게 결혼은 어떤 건가요?"


여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노동 인구 생산과 양육을 위한 사회적 합의."


그리고는 옅게 웃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기죠?"


남자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네요."


"그리고 자식은 노후를 위한 대비용. 뭐, 그런 거죠."


여자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무례한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유난히 예민해졌고,

부정적인 자신의 생각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남자는 그런 태도가 오히려 이상하게도 흥미롭다고 느꼈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가 보낸 문자에 예의 상 답하는 듯했고,

자신에게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남자도 더는 귀찮게 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가 부모는 생각이 달랐다.

서로를 아주 나쁘게 본 것 같지는 않으니 한번쯤

더 만나 보라는 말이 계속 이어졌다.


특히 여자 쪽 어머니가 남자의 어머니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을 설득해서 다시 연락해 보라고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결국 여자는 어머니의 극성에 못 이겨서


다시 남자를 만나는 자리에 나왔다.


하지만 표정은 썩 내키지 않아 보였다.


"부모님도 서로 아시는 분들이니 그냥 전화로 거절하는 것보다

얼굴을 보고 제대로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 생각해서 다시 나왔어요.

윤재씨도 부모님들한테 자꾸 귀찮게 구는 것 싫으시겠죠."


"아..뭐 그다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익숙합니다.

제가 부모님이 결혼하란다고 억지로 할 나이는 아니라서요. 하하하."


남자는 어차피 혼자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고,

누군가와 같이 식사하는 것도 나쁠 건 없다고 여겼다.

반면 여자는 이 만남 자체를 훨씬 더 진지하고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때, 그들 옆에서 아이들이 놀면서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몇몇은 한쪽에 모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놀고 있었다.

규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아이들은 그저 신이 나서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녔다.


여자와 남자는 잠시 그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을 보던 여자는 미세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남자가 툭 한마디 던졌다.


"나중에 자녀가 없으면 늙어서 외롭긴 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뭐 없으면, 없는 데로 살아가겠죠. 뭐."


여자가 남자의 느긋한 표정을 잠시 바라보았다.

여자는 남자의 반응이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만들고

그가 진지하게 이야기하는지 살피는 듯했다.

이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족이 있다고 해서 안 외로운 건 아니에요.

전 오히려 부모님과 따로 살고 부터

마음도 편하고 덜 외로웠어요."


여자가 말을 마치고 인상을 쓰고 시선을 멀리 두어

점점 지평선과 가까워지고 있는 노을을 바라봤다.

남자는 여자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함께 노을을 바라봤다.

짧은 정적이 지나고, 남자가 먼저 말을 이어갔다.


"민지씨는 원래부터 결혼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나요?"


여자는 대답하려 입술을 달싹이다가 멈췄다.

그 순간, 옆을 지나가던 작은 아이 하나가 넘어졌다.

아이의 부모가 황급히 달려와 아이를 안아 달랬다.

주변 사람들은 우는 아이를 안타깝게 바라봤지만,

여자는 잠깐 그쪽을 쳐다보았을 뿐 이내 듯 고개를 돌렸다.


"그건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언제부터 결혼이 싫다고 생각했는지. 다만..."


여자가 컵 안의 얼음을 하나 입에 넣고 깨물며 말했다.


"어느 순간 깨달은 거죠.

제 자신이 결혼을 내 인생에 필수적인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마저 나쁘게 보는 건 아니에요. 오해하진 마세요.

제가 좀 말투가 곱지 못하거든요.

부모님은 늘 제가 건방지다고 하셨어요."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오해하지 않았습니다. 걱정 마세요.”


남자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실 남자도 마흔이 넘으면서 승진도 했고,

집도 샀고, 연금도 들었고,

주식 계좌에도 대장주 위주로 돈을 넣어 두었다.

그냥 10년, 20년쯤 뒤에 열어보면 되겠지 싶었다.

연애나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땐 나름대로 연애도 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그런 감정 소비로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부모님은 손주를 보고 싶다고 성화를 부렸지만,

퇴직한 아버지에게 신경질적으로 굴곤 하는 어머니, 어머니에게는

무심한 채 식물과 강아지만 정성껏 돌보는 아버지를 보고 있자면,

결혼해서 함께 사는 삶과 혼자 사는 삶보다 나아 보이지 않았다.

자식도 자신의 성격과 비슷하다면 딱히 자식 키우는 재미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어머니가 보여 준 여자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한 번쯤 만나 보는 건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여자는 당장 말싸움이라도 할 듯한

공격적인 태도였다.


'나도 결혼에 관심 없다고 말하면 조금 덜 경계하려나.'


남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도 그다지 결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작 부모님 본인들도 결혼 생활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데

왜 저한테는 결혼하라고 하시는데 설득이 안되더군요."


그녀는 그제야 남자를 제대로 바라봤다.


"그쪽 부모도 마찬가지군요."


"그렇죠. 저도 그렇게 결혼이 꼭 필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 친구들도 연봉이 높은 친구도 결혼해서


애 낳고 키우며 영어유치원 보낸다고 몇백씩 쓰고,

학원비 모자라면 부모님께 손 벌리고…

항상 지쳐 보이기도 하고..."


"제 친구들도 비슷해요.

애 이야기, 학원 이야기, 남편 이야기…

이제는 그런 얘기도 듣기 싫어서 연락도 잘 안 해요.

차라리 혼자 카페에 앉아서 옛날 만화책 읽는 게 더 재밌어요."


남자는 여자가 만화책을 읽는다고 하자,

무슨 만화책을 읽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분위기 상 좋은 타이밍인 아는 것 같아

묻지 않았다.


"자기들은 결혼해서 행복해지는 법도,


자식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도 잘 모르면서…"


여자가 낮게 중얼거렸다.


"내가 결혼하면 자기들보다는 더 잘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여자의 시선이 아까 울던 아이에게 향했다.

넘어졌던 아이는 이제 아버지 품에 안겨 엉엉 울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를 가볍게 들어 안고 다정하게 달랬고,

어머니는 아이가 어디 다치기라도 했는지 살피며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아이는 아버지 목을 꼭 끌어안은 채 아팠다고 칭얼댔고,

곧 어머니 품으로 옮겨 안겼다.

어머니가 아이 손에 동그란 과자를 쥐여 주자,

금세 울음을 그치고 생글생글 웃기 시작했다.

아이를 함께 걱정하던 주변 사람들도 그제야 안도한 듯 웃었다.


"민지 씨는 아이를 좋아하시나요?"


"아뇨."


여자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전 좋은 어머니감이 안 돼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어머니가 저한테 매정한 사람이라고 하셨거든요.

맞는 말이에요."


남자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 딸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좀 너무하셨네요.

저는 민지 씨가 그렇게 매정한 사람처럼은 안 보이는데요."


"네?"


여자는 뜻밖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저는 살면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그냥… 사진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웃는 표정이 꽤 부드러우셔서요."


"무슨 사진이요?"


남자는 어머니가 메신저로 보내 준 사진을 휴대전화 화면에 띄워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여자는 사진을 보자마자 당황한 듯 표정을 굳혔다.


"세상에. 이거 12년 전에 교회 수련회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아, 네. 어머니도 예전 사진이라고는 하셨습니다."


"네… 제가 스물여덟일 때네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분명 스물여덟의 그녀는 지금보다 더 어려 보였다.

피부에도 윤기가 돌았고, 얼굴에는 지금처럼 날이 서 있지 않았다.

어딘가 야외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뒤에 서 있던 친구가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는 순간,

그녀가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 무심코 찍어 둔 듯한 사진이었다.


여자는 화면을 내려다본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스물여덟의 자신이 저렇게 환하게 웃고 있었다는 사실이 낯설기라도 한 듯,

그녀의 표정은 오히려 더 괴로워 보였다.


"그럼 공평하게, 제 이십 대 사진도 보여드릴까요?"


남자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말했다.

그는 휴대폰에서 사진들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오래된 사진 한 장을 찾아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저도 이때는 좀 바보 같았습니다. 하하."


사진 속 남자는 목이 늘어난 티셔츠 차림으로

술집 테이블 앞에 서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맥주병과 소주병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고,

그는 마이크 대신 숟가락을 들고 폼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하… 하하하."


여자는 그 사진을 보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사진 속에서 보았던 그 따뜻하고 명랑한 미소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얼굴 위로 번졌다.

남자는 그렇게 웃는 여자를 보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함께 미소를 지었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윤재 씨도 웃는 얼굴이 참 좋아 보여요."


문득 두 사람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서로를 이십 대에 만났다면 어땠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취직을 준비하던 시절.

미래는 불확실했고 돈은 늘 부족했지만,

친구들과 마트에서 술과 과자를 편의점에서 사서 들고


학교 도서관 뒤뜰에 앉아 밤 공기를 맞으며 떠들던 시절이 있었다.

버스 정류장을 몇 개씩 걸어가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오래 나누던 때도 있었다.


그 무렵 서로를 알았더라면,

어쩌면 지금보다는 더 즐겁게 이야기 했을까?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나가 버린 뒤였다.

가족을 이뤄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은 어쩐지 덜 자란 어른들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자신의 미숙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걷는 거 좋아하세요?"


남자가 먼저 물었다.


여자가 고개를 들자, 해는 어느새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하늘은 붉은 빛과 분홍 빛이 뒤섞인 노을로 물들어 있었고,

카페 앞으로 펼쳐진 시골 풍경도


그 빛 속에서 한층 부드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이내 카페 주변에 달린 전구들에도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녁의 가을바람은 조금 차가웠지만,

산책하기엔 나쁘지 않았다.


"네, 좋아해요. 산책하면서 음악 듣는 거 좋아해요."


"음악은 뭐 좋아하세요?"


"BTS요."


남자는 그녀의 입에서 뜻밖에 젊은 가수의 이름이 나오자


조금 놀란 듯했다.


"전 옛 노래보다는 새로운 노래가 좋아요."


"네, BTS 좋죠. 저도 노래 들어본 적 있습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남자가 자신을 보고 '나이에 안 맞게

어린 아이돌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는지,

그녀는 곧 입을 다물었다.


"그럼 우리,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산책하지 않으실래요?

먹은 것도 소화시킬 겸. 저 이어폰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제안에 조금 놀란 눈치를 보였다.

자신이 꽤 퉁명스럽게 굴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남자가 좀 더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한다는 게 뜻밖인 듯했다.

하지만 캠프 감성으로 꾸며진 시골 카페 주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런 곳을 걸을 때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곁에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좋아요. 그러죠."


남자가 빙긋 웃었다.


"BTS는 잘 모르니까 민지 씨가 추천해 주세요."


BTS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의 들뜬 표정이 금세 드러났다.

여자는 휴대전화로 음악 앱을 켜더니 자신이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열었다.


"이어폰은 저도 있어요."


그러고는 자기 이어폰을 물티슈로 몇 번 닦은 뒤 그에게 한쪽을 건넸다.

이어폰을 건네는 순간, 그녀의 손끝이 살짝 그의 손바닥에 닿았다.

그녀가 조금 움찔 했지만, 남자는 조심스럽게 이어폰을 받아 들며

"고맙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은 채 그녀가 틀어 준

음악을 들으며 컵과 쟁반을 픽업대에 가져다 두고 돌아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자는 음악을 들으며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을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카페를 나와 천천히 시골길 을 걷기 시작했다.

한참 음악을 들으며 걷다가 남자가 물었다.


"이 노래 제목이 뭡니까?"


"BTS 리더 RM 솔로곡이에요. '들꽃놀이'라는 곡이요."


여자가 제목을 말해 주었지만 음악 소리에 묻혀

남자에겐 또렷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걸음을 맞췄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두 사람에겐 결혼이란 그리 큰 목표는 아니다.

그럼 적어도 서로 속도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자가 처음 만날 때처럼 경계하는 듯한 표정이 아니다.

사실 음악에 푹 빠져서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노을이 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귀에는 낮은 목소리를 가 가수의 노랫말이 들렸다.


"타는 불꽃에서 들꽃으로

소년에서 영원으로

나 이 황량한 들에 남으리

아 언젠가 나 되돌아가리."


제법 멋진 가사다.

남자와 여자는 그렇게 노래를 들으면서

천천히 석양이 지는 가을의 논밭 길을 함께 걸었다.


추수가 끝난 황량한 논밭이 붉은빛으로 물들어

신비스러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노을 속에 산책- 끝

https://youtu.be/u18be_kRmC0?si=IOztdzOmE5mx2DJD (RM: 들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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