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DMZ

Katie Kim

by Katie

「DMZ」


나는 꿈속에서 사슴이 되어,

반세기 넘게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못한

금지된 땅을 자유롭게 달린다.


나의 발걸음은 날렵하고 당차기에

흙 속에 숨죽인 흉물스러운 쇳덩이들은

감히 나를 해치지 못한다.


내 뺨을 스치는 싱그러운 잎을 헤치고,

부드러운 흙빛 대지를 마음껏 디디며 달린다.


혹 나를 먹이로 삼으려는 살쾡이나 늑대가 나타나면

나는 큰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거친 숨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숨을 고른다.


다행히 배가 부른 포식자는

나를 본체만체 고개를 돌리다 멀어진다.


겨우 숨을 돌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밤새 웅웅거리던 확성기 소리도

어느새 사라져, 이 땅에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나는 풀 맛이 좋은 잔디와

향기로운 꽃이 만발한 곳을 찾아

나의 몸을 살포시 눕힌다.


다시 눈을 뜨니,

나는 새가 되어 하늘을 날고 있다.


쇠로 된 폭격기가 더는 날아다니지 않는

하얀 구름이 떠다니는 맑은 하늘을 가로지른다.


얼음같이 차가운 물줄기가 흐르는

압록강 물길을 따라 날다 보면

강가의 모래톱에 북쪽에서 떠내려온

작은 아이의 신발 한 짝이 걸려 있다.


나는 혹시 먹을 만한 것인지 톡톡 쪼아보지만

낡고 해진 가죽일 뿐이라

그 자리에 두고 다시 날아오른다.


저 멀리 독수리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원을 그릴 때,

솔잎이 무성한 소나무 틈에 숨어

그 녀석 떠나기를 기다린다.


하늘의 포식자는 내 기척을 놓쳤는지

몇 바퀴를 돌다 말고 제 둥지로 돌아간다.


아, 오늘 밤은 이곳에서 잠을 청해야지.

솔가지 위에 매달린 작은 벌레를 쪼아먹다가

꾸벅꾸벅 졸음에 겨워 잠이 든다.


다시 눈을 뜨니,

나는 작은 방안 좁은 침대 위에 누워 있다.


나는 그렇게,

꿈속에서 그 경계의 땅을 달리고,

한때 아버지의 고향이었던 그 땅을

밤새도록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그토록 생생한 것이 정녕 꿈이었던가.



ChatGPT Image 2026년 2월 27일 오후 06_54_33.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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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연천의 상승부대에 방문 예약을 하고

DMZ 전망대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멀리서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이 들려왔습니다.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운데, 그 소리만은 유독 기괴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한 달쯤 뒤, 확성기가 제거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 음이 멈춘 그곳은 얼마나 더 고요하고 평화로웠을까—

그 생각이 마음에 오래 남아 이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한번, 그곳에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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