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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 솜 Feb 22. 2022

오미크론은 피할 수 없는 건가

회사 내 1호가 될 순 없었는데, 웬일인지 이미 된 것만 같아

코로나가 시작한 지 어언 2-3년은 된 것 같은데 정말로 익숙해지는 게 무서운 건가

뉴스에 질리도록 나와도 듣지 않고 넘어가고, 5만 명이 나온다고 해도 왜인지 나는 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는데 전파력이 엄청나다는 ‘오미크론’은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다들 감염경로는 알기가 어렵다는데, 나는 왜 감염 시기도 경로도 알 것만 같은지 감염 시작 시점 이후로 만난 모든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잠정적으로 내가 양성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쓰는 PCR 검사 약 12시간 후 얘기다. 결과는 아직 모른달까? 아니야. 나는 사실 알고 있다. 양성일 것이다.)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면서요... 설마? 아니야... 설마?... 아니겠지... 의 반복


아무래도 내일 아침쯤 국가가 보내주는 문자를 받고 회사에 연락을 해 내가 양성 판정을 받았으니 출근을 하지 못한다는 싫은 소리를 하게 될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싫다. 설마설마했는데, 내가 1호라니... 1호라니...!


코로나 확진을 위한 검사(PCR 검사가 이제는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수준으로는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다들 아는가! 무려 동거가족만 밀접접촉자로 인정을 해준다고 하는데 그 사실을 말하는 상담사님이 너무 담담해서 어찌 한 마디도 더 뱉지 못하고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다.)는 글을 쓰는 오늘이지만, 의심을 한 것은 하루 전인 어제로 예정된 재택근무를 위해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인후통'이다. 아 이것은 바로 어릴 때부터 병원에 가면 지겹도록 들었던 편도가 부은 그 기분 '인후통', 오미크론 주 증상이 바로 이 인후통이라는데


정말 영화 같은 시작이었다 눈을 딱! 뜨는데 코로난가? 목이 너무 아픈데? 나는 직감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의심은 좀 많은 편인데 이번 건 좀 직감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방에 여기저기 널려둔 KF-94 마스크를 세수도 안 한 얼굴에 끼고 엄마를 찾아가 말을 했는데 뉴스를 그렇게 많이 보는 엄마는 잦은 야근으로 피곤해서 그럴 거라는 성의 없는 대답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또 엄마가 말하면...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다. 진짜다.


출근을 하는 날이라면 나는 (아무리 직감이 왔다고 해도) 약간 목이 아프니 재택을 하겠다는 말은 하지 못했겠지만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재택근무가 예정된 날이었으며 평소처럼 씻지 않고 재택근무를 위해 노트북과 아이패드, 휴대폰 등을 늘어놓는 것을 시작으로 근무 준비를 했다.


이상하게 회사로 출근하는 것과 달리 재택근무의 출근시간은 늘 티켓팅과 같은 마음으로 단톡방을 열어두고 출근시간(모든 직장인의 출근시간은 중요하다!)이 되자마자 출근했음을 알리는 인사를 보내는데 이는 아마도 내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절! 때! 월급을 축내는 사람이 아님을 증명해야 할 거 같은 묘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평소 통근시간이 어마어마한 경기도러이기때문에 더 그런가? 나는 정말로 일찍 회사 프로그램에 로그인을 하고 실제로 일도 한다... 물론 뭔가 우물거리면서 또는 핸드폰과 함께 설렁설렁하긴 하지만.


이 날은 편도염 약을 사기 위해서 병원을 들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최소한 자가진단검사라도 음성이 나와야 병원에서 날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식탁 위 가족 수대로 사다둔 자가진단키트를 집어 들고 고민을 시작했다. 하는 방법도 모르니까 유튜브도 찾아봐야 하는데 너무 귀찮고 그냥 점심시간에 약국이나 다녀올까... 평소대로라면 나는 단연코 약국이나 들러서 편도염 약을 사고 방치하는 성격이 맞다.


지금 생각해도 좀 의외인데, 4개나 사다둔 진단키트를 뭐 애물단지처럼 보관할 것도 아니고 그냥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구성품을 늘어놓고 아이패드에 유튜브를 켜고 영상을 찾아본 후 따라 해 봤다.


나중에 알았던 사실이지만 나는 좀 잘못된 방법으로 검사를 했는데 그 때문에 음성이 나올 수는 없을 테니 대충 말하자면 면봉으로 코를 저 끝까지 쑤셔서 빙글빙글 돌리고, 시약이 담긴 튜브에도 빙글빙글 돌렸지만 나는 시약에 15분간 담가 두어야 하는 줄 알았다. 최소한 그래야 뭐가 묻어나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담근 채 기다렸다 15분. 근데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지난 주말에 만난 모임(우리는 자주 보는 사이도 아니다! 꼴랑 1년에 1번 정도 본다.) 단체 톡방에 뜬금없는 연락이 왔다.


"혹시... 아프신 분 없죠..?ㅠㅜㅠㅜㅠㅜㅠ" > 대략 이런 느낌


사연이 길지만 모임에 온 사람이 모두 있는 것도 아니고 그중 여자만 있으며 모임에 오지 않은 사람도 있다.


세상에. 진짜 심장이 쿵.


모임에 오지 않은 친구들만 줄줄이 왜왜왜왜왜왜를 연발하며

솔직히 저 말하면 뒷 말 뭐인지 다 알았잖아! 못된 것들!

나는 목이 아프다는 말을 세상에라는 말과 함께 전하며 전파자가 본인일 거라 생각하는 우리 톡방의 1호의 상황을 듣고, 내가 처한 이 기가 막힌 시점(자가진단키트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소식을 듣다니!)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했다.

사실 단톡방에 짜증이  났는데 모임에 오지 않은 사람들의 괜찮다는 위로와 걱정 섞인 말로 1호의  상태를 제대로 알기 힘들어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다. 도대체  오지도 않은 니들이 괜찮다고 하는 거람...(물론, 나는 괜찮다.  시국에 누가 누구를 탓할  있겠나! 그냥 기분 언짢았는데 성격이 나쁜 탓도 있고 요즘 예민함이 극에 달한  같기도 하다.)



그래서 (쓸데없이 15분이나 방치한) 시약을 키트에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결과는 너무 깨끗한 한 줄.

근데, 이때부터 나는 내가 양성인 것 같았다. 내가 코를 너무 얕게 찔렀나? 너무 아팠는데... 그건 아닐 것 같고 그러면 키트가 잘못 나올 수도 있나? 여러 가지 후기와 영상, 기사를 통해 키트는 믿지 못함을 듣고 심지어 1호도 키트는 두 번이나 음성이 나왔다고 하니 '아 나는 양성인데 계속 음성 뜨는 거구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말 코로나는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제 내 일이 돼버린 거다.

뉴스랑도 안 친하고 코로나 관련 내용은 관심조차 갖질 않았었는데!

  

친구들이 말해주길 이제는 PCR 검사는 쉽게 해 주지도 않는단다.

방법은 대충 3가진데, 1) 확진자가 동거가족이거나 2) 자가진단키트로 양성이거나 3) 병원 가서 소견서를 받는 것이다.


세상에, 나 지금 음성 나왔는데 병원을 가야 되는 거야? 병원이 받아주긴 하나? 보건소에 전화를 해보니 저 말이 사실(당당했던 상담사님 저 그때 조금 상처받았어요...)이며, 증상이 있다면 임시 선별진료소로 오라는 것이다.


가봤자 지금 내가 한 검사를 선생님 앞에서 하는 게 조금 다른 점이라고? 집에 키트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당시 코가 너무 매웠고 너무 한 줄인 데다가 다시 해도 나올 것 같지 않은데! 1호처럼 병원을 가서 의사소견서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긴 했지만 다가오는 출근시간에 차마 오늘 휴가를 쓰겠다는 말은 쓰지 못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오늘은 재택이라지만,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고 내 머리로는 나는 확진자다!


양심상 출근은 못하겠고, 퇴근 후 병원을 달려가 동네병원에서 소견서를 써줄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인후통은 평소 앓던 심한 감기 증세와 다를 바가 없었고 나는 하루정도 방에 갇혀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연차를 내버리기로 마음먹고, 상사에게 연락해 대강의 상황을 전했다. (짐작컨데 확진이라는 것은 빼고, 차마 이 말은 못 하겠더라. 전 날 나랑 점심 먹은 사람한테. 심지어 단 둘이.)


이래저래 출근을 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나올게 뻔한 회사 단톡방(같은 팀원만 있으며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에도 간단하게 말을 전하고 생각해보니 잊고 있던... 단톡방에 있지만 카톡을 확인하지 않는... 카톡 쌓아두고 생활하는 MBTI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 언니는 ISTJ(뜻밖의 tmi 나 이거 왜 기억하지)랬다.


1이 안 사라져 이거 너무 중요한 얘긴데!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서 톡방을 확인할 것을 말했더니 답장이...

감기약을 먹고 있단다. 빼박이다. 저 언니도 양성이다.


우리는 모두 그날 코로나에 걸렸다.


이후 저 언니(2호)는 자가진단키트를 샀고, 2번을 진행했으며 희미한 한 줄이 생긴 2줄짜리 키트를 들고 PCR 검사를 바로 받았다고 한다. 오늘 오전에 안 사실이지만 양성으로 판정됐다.


나도 양성이다. 빼박.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친구들은 문자 오기 전까지 두근두근하겠다고 했지만,

'아니. 전혀. 마음의 준비를 끝냈어.'


요즘 인생이 심심한가 했더니 급 드라마틱해졌다.  

일정이 바빠 미루던 3차(부스터 샷)가 예정되어있던 날이었는데, 사실 그 전날까지도 백신을 맞는다고 공가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백신도 취소하고 휴가 내고 검사하러 가다니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겹칠게 뭐람!


PCR 검사를 받기까지도 꽤나 길고 긴 여정이 있었지만 너무 많이 수다스럽게 주절거린 것 같아 다음에 더 주절거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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