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이 말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이 전작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방법

by 이정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십여년 전, 내가 극장에서 제일 처음 보았던 스파이더맨 영화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이었다. 앤드류 가필드가 보여주는 스파이더맨은 어렸던 나에게도 아주 인상 깊게 남았었다.

뉴욕 상공을 가르는 끝내주는 웹스윙 연출과 앤드류 피터 파커의 하이틴 외모. (그웬과 러브라인 장면 또한 하이틴 그 자체였다.) 건물을 넘나드는 짜릿한 액션 연출까지. 처음으로 본 스파이더맨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단박에 나의 최애 히어로가 되었다.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으라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일렉트로와의 전투씬이다. 그때의 음악을 들으면 내 머리까지 짜릿해지는 기분이다.


그 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가장 혹평을 들은 시리즈고, 그 덕에 남은 시리즈까지 제작 취소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 안에 스파이더맨은 여전히 '어메이징'으로 남아있으니까. 남들이 재미없다, 산으로 간다, 라고 해도 뭘 알겠느냐. 난 '어메이징'만의 매력을 사랑했던 사람인데.


하지만 영원히 트릴로지를 완성하지 못하고 미완성으로 남게된 내 영웅에게, 가끔은 슬프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2편에서 남겨진 떡밥은 영원히 풀리지 못하고,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스파이더맨은 영원히 보지 못할 테니까. 내 마음 속에만 최고의 히어로로 남아있을테니까. 피터 파커가 어떤 결말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에서 세 명의 스파이더맨을 보았을 때 감격스러울 수 밖에.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아도, 스파이더맨은 잊은 적 없기에.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 배우의 얼굴도 좋았다. 우리가 보지 못한 시간 속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스파이더맨'이었다고 말하는 거 같아서.


피터 파커는 여전히 피터 파커로 삶을 살아가고 있고. 톰스파가 슬쩍 보여준 후드 티 속에 스파이더맨 수트처럼,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영화가 나오지 않아도 여전하게 히어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스파이더맨의 오랜 팬의 마음이 뭉클해질 수밖에.


스파이더맨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라고, 스파이더맨은 곁에 소중한 사람을 모두 잃는 아픔이 있다. 톰홀랜드 스파이더맨이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마치 형제처럼 세명이 서로의 아픔을 도닥거려주는 장면은 여전히 뭉클하다. 지금껏 스파이더맨은 혼자 슬픔을 이겨내고 견뎌냈다면, 이번에만큼은 혼자 견디지 말라고 조금이나마 위로를 보내는 것 같았다. 비혹 톰홀랜드 스파이더맨에게 건네는 위로였지만, 스파이더맨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 같았다.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에서 말하는 키워드는 '두번째 기회'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공통점은 빌런들이 처음부터 빌런이었던 것이 아니란 점이다. '샌드맨'이나 '일렉트로' 같이 착한 천성을 가지고 있다가, 잘못된 사고로 타의로 빌런이 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죽을 운명인 그들을 죽게 놔두지 않고, 고쳐서 돌려보내겠다고 머리를 맞대 세명의 스파이더맨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빌런과 싸우면서도 그들을 죽이기보다는 원래대로 돌려놓고 싶어했던, 스파이더맨의 정의로움이 나타나는 장면이여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더이상 볼 일이 없었단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맨들에게도 '두 번째 기회'가 주는 것만 같았다.


영화가 끝나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듯이. 비록 영화 속 짧은 장면으로 짐작하지만,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여전히 히어로고. 여전히 친절한 이웃이고. 여전히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감사함과 찬사를 보낸다.


mj를 구하고 나서 울 것 같은 표정이던, 앤드류 스파이더맨의 표정이 여전히 마음 속에 남는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속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던 연인을 떠나보낸, 그것도 자신의 눈 앞에서 구하지 못해서 죄책감으로 지냈을 피터 파커. 그에 대한 조그마한 위로 같은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잊혀져 가던 '어메이징'에 대해, 나또한 위로 받는 기분이었으니까.


영웅은 잊혀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마치 모두가 자기를 잊어도, 여전히 스파이더맨으로 살기를 택한 피터 파커처럼. 내가 잊고 지낸 시간동안에도, 여전히 '스파이더맨'이었을 그들을 생각하니, 가슴 한 편이 따뜻해진다.


나에게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은 나의 스파이더맨과 같이 자란 세월에 대한 선물이자, 지나간 추억에 대한 예의를. 그리고 또 다시 삶을 살아갈 희망이 될 영화가 되었다. 난 처음 스파이더맨을 봤을 때처럼 어리지도 않고, 세상에 많이 지쳤지만, 여전히 피터 파커의 앞날과 안녕을 기원한다.


그리고 외계인과 싸우지 않아도

여전히 어메이징한, 내 스파이더맨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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