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괴롭히고 싶어서 쓰는 자전적 소설
*이 이야기는 일부 사실에 개인적인 상상력을 더해 각색한 소설입니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익숙하면서 생소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갈밭 위에 의자를 놓고 나란히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좀처럼 보기 드문 양의 수많은 별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밝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그 모습에 연신 감탄을 남발했다.
우와! 하늘에 별들이 엄청 많아. 그치?
그러게. 별들이 이렇게 많았나?
별자리도 엄청 잘 보여!
오, 별자리도 볼 줄 알아?
아니용! 너는?
나도 몰라! 하하
별자리를 볼 줄 모르는 우리는 한 차례 멋쩍은 웃음을 주고받았다. 그리고는 우리 나름대로의 새로운 별자리를 개척해나가며 시간을 보냈다. 가장 빛나는 별 두 개로 만든 지렁이자리부터 시작해서 엉덩이자리, 사자자리, 콧구멍자리, 그리고 정수리자리까지. 다양한 별자리들이 우리의 손바닥 안에서 새롭게 탄생했다.
정수리자리? 설마 내 정수리 보고 놀리는 거예용?
당연하지. 놀리는 게 제일 재밌어!
어이없어. 콧구멍자리는 또 뭐야?
네 콧구멍 모양이랑 똑같이 생겨서.
짜증 나! 내 콧구멍 그만 봐!
우리는 그렇게 시시콜콜한 농담들을 주고받으며 한참 동안 시간을 보냈다. 강가에 자리를 잡은 터라 조금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서로의 온기를 난로 삼아 꼭 붙은 채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윽고 별빛에 눈이 조금씩 익숙해지자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눈 역시 하늘의 별빛을 머금은 것처럼 똘망똘망 빛나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눈에 이끌리듯 입술을 가져다 댈 수밖에 없었다.
앗, 또 침 묻히는 거지?
응. 내꺼에 침 발라 놓는 거야.
으헝, 나 그만 괴롭혀요!
그건 불가능해요!
그녀는 내 기습 공격에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대는 것으로 응수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마치 수많은 별빛을 한 데 모아서 나에게 선물하는 것만 같다는 비약적인 상상을 했다. 어쩌면 사실적인 상상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 덕분에 스스로 별처럼 밝게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고 있으니까.
눈으로 별빛을 반사해 내는 그녀를 보며, 나는 그녀를 처음 다시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의 나는 꺼져가는 불빛이었다. 수명이 다 하여 소멸을 앞둔 병든 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한창인 별처럼 다시 빛나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은 그녀를 매일 만날 수 있으니까. 그녀가 내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던 그날, 나는 그녀의 눈에서 별빛을 보았던 것 같다. 아마도 그 눈빛에 본능적으로 이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나를 다시 밝게 만들어준 그녀의 눈에 고마움을 표하며 한 번 더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녀는 연신 흐엉! 하면서 발버둥 쳤지만 나의 강한 고집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밤은 점점 더 깊어져 갔고, 우리는 별안간 잠자리에 들 준비를 시작했다. 펼쳐놓았던 의자를 다시 접고 차박을 위해 챙겨온 매트와 이불을 차 안에 깔았다. 하지만 준비를 다 마치고 보니 잠자리가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 우리는 그 어설픈 모습을 바라보고는 한바탕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오늘 잘 수 있을까? 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시간에 집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고.
아주 가벼운 고민 끝에, 우리는 일단 자 보기로 결론을 내리고 차 안으로 몸을 쑤셔 넣었다.
평탄화가 되지 않은 바닥 경사 덕분에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았지만, 우리는 꼭 껴안은 채 서로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으며 잠에 들려고 노력했... 는데 어느덧 아침이 밝아 있었다. 우리가 잠에 들긴 했던 걸까? 라고 묻는 그녀의 퉁퉁 부은 눈에서 지난밤의 별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똘망똘망 빛나는 눈을 되찾기 위해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굳게 감긴 그녀의 눈에 다시금 입술을 가져다 댄 후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폈다.
새벽녘의 강가는 다분히 평화로웠다. 바닥까지 내려앉은 차가운 공기가 마치 인간으로 햐여금 고요함을 강요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마도 신비로운 물안개를 뽐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을 테지. 강물이 내는 노랫소리가 무손실 음원처럼 귀에 쏙쏙 꽂혔다. 이른 새벽부터 어디를 급하게 가는지 모를 특대가족 오리 떼의 비행 모습이 장관을 자아냈다. 자연의 순환과 같은 그들만의 귀소본능이었을까? 나는 자갈밭 위에 가만히 앉아 강 위에 짙게 깔린 물안개를 감상하며 생각했다. 나도 5분만 앉아 있다가 괴롭히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