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이 되려고 해

미니시리즈 시즌2

by Lusaka


때론 다수의 꿈에 눈 멀어 목숨을 걸어

돈은 돈을 벌어 그 순간 내 혼은 손을 버려 녹이 슬어

But 쓰러지는 날 일으키는 힘 It's the music

웃으면서 등 뒤에 지는 짐

And It's you girl 내 음악에 의미를 줘

완벽한 Peace 시계 안에 시간이 서

In this cold world 매 순간에 위안을 줘

난 너란 BPM 안에 심장이 뛰어

Cuz you're my heaven 신이 맺은 운명의 선

나만의 구원인게 분명해 넌 절대 부정해선 안돼

악의 안개속을 걸어갈 때 눈부신 빛과 방패

It's you 내가 쉬는 숨은 너

Yeah, It's you 내가 꾸는 꿈은 너

내가 한 방울의 물을 원할 땐 바다를

내가 한 알의 모래를 원할 땐 사막을 주는 너


- 에픽하이 'Heaven' 中 -




나는 이 노래처럼 사랑하고 싶었다.

한 방울의 물을 원할 땐 그녀에게 바다를 주고 싶었고,

한 알의 모래를 원할 땐 그녀에게 사막을 주고 싶었다.


어쩌면 그것은 너무 거창한 계획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1년간의 시간을 스스로를 돌이켜 생각해본다면

나는, 그녀가 바라던 순간에 서서

바다는 커녕 한 모금의 물이라도 되어준 적이 있었던가.

사막은 커녁 한 줌의 모래라도 되어준 적이 있었던가.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그러지 못했다고 느낀다.

우리는 물과 불처럼 다른 세상을 살았고,

서로의 존재를 흐릿하게 만드는 증기가 되어 신음했다.

물이 있으면 불이 없고, 불이 있으면 물이 없듯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증기가 되어 흩어지기 일쑤였으니까.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여전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여전히 우리의 세상은 다르고,

서로의 세상은 이해되지 못한 채 증기가 되어 쌓여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증기가 될 각오가 되어 있다.

내가 그녀에게 한 모금의 물이 되어줄 순 없지만,

또한 한 줌의 모래마저 되어줄 수 없겠지만,

나는 뜨거운 증기로서 그녀의 살갖에 닿음으로써

끊임없이 그녀와 싸우고 그리워하고 사랑할 것이다.




나는 그녀라는 BPM 안에서 심장이 뛰었다.

그녀의 BPM 속에서 나는 안식한다.

얼마 전, 그녀와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나는 급격한 공포를 느꼈다.

나라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허공에서 마치 익사라도 하듯 필사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나는 그녀의 BPM 속에 안착했고,

나를 감싸고 옥죄던 아득한 심해는 돌연 증기가 되어 흩어졌다.

놀라운 일이었다. 나와는 다른 존재가 나에게 위안을 가져다줄 줄이야.


우리는 지난 1년간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서로에게도, 또한 각자에게도 고단한 세월이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그녀가 나아가지 못하는 것조차 나에겐 힘겨웠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어떻게든 발을 디뎌볼 것이다.

나를 이정표로 세워, 그녀의 올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나는 물이고 그녀는 불이요, 나란 존재가 그녀에게 불이 되어줄 수 없으니

나는 기필코 땅을 머금고 나아가며 나무로 성장할 것이다.

이것은 역시나 너무 거창한 계획일지는 모르나,

그녀의 말대로 세상에 완벽이란 없으니 나아가볼 셈이다.


나는 물이고 그녀는 불이요, 그녀의 불이 되어줄 수 없다면

뿌리부터 깊고 단단하게 자라나는 나무가 되겠다.

아무리 베어내고 태워버려도 소멸하지 않는 거목이 되겠다.

그래서 그녀의 불씨가 약해질 때면 돌연 몸을 날릴 줄 아는

남아도는 장작이 되겠다.


그녀의 불씨는 피곤해서 잠시 쉬었을 뿐이라며,

지금의 어둠은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순간일 뿐이라며,

몸을 날리며 가벼운 미소를 날릴 줄 아는 거인이 되겠다.


오늘, 그녀와의 시간에 1년이 쌓였다.

앞으로도 어려운 일들이 많겠지만, 씩씩하게 헤쳐나가며, 서로를 살아가자.

비록 서로의 세상은 여전히 달라도,

다름이 오히려 서로에게 길잡이가 되고, 영감이 되는 멋진 사랑을 살아가자.

지난 1년간 고마웠고, 앞으로도 고마워.


2026.01.15 1주년



작가의 이전글안심이라는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