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파도

by Lusaka


멀리서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파도는 거셌다.

바람은 칼을 머금었다. 살갗이 벌개지고 손가락은 굳어갔다.

낙엽이 휘날리고 날카로운 모래 알갱이들이 눈가를 찔렀다.


나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파도는 점점 몸집을 키웠다.

그 자리에서 몇 분을 서성였다.

바람에 휩쓸려 이리 저리 뒹구는 낙엽처럼,

나는 무엇이라도 채워보려고 발악을 거듭했다.


나는 파도에 휩쓸리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파도를 거스를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거스르면 거스를수록 살갗이 갈라져 피가 나고,

심장이 얼어버리고 말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눈물을 참아가며 파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앞에 있음에도, 바라보는 것조차 허락될 수 없는 아이러니.

그것은 매우 견고한, 상실의 파도였다.


우리의 세월은 여기서 끝났다.

우리의 걸음은 파도와 맞닥뜨려 길을 잃었다.

남겨진 발자국에 미련 따위는 남겨두지 않을 예정이다.

그것이 곧 더욱 큰 상실감을 키워낸다는 것을 알기에.


이것은 필연이었을 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는 사랑의 아이러니에서,

끝이 임박했을 것을 나는 알았을 것이다.


나 역시, 그녀에겐 거센 파도였을까.

나는 역시, 파도일 수밖에 없었을까.


철옹성처럼 견고한 파도에 아픔을 녹인다.

바람에 뒹구는 낙엽처럼 미련을 날려 버린다.

서로에게 바라건대,

언젠가 상실을 상실하는 날이 빠르게 오기를.


미니시리즈는 이렇게 끝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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