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이라는 불안

by Lusaka

Beautiful Things - Benson Boone


For a while there it was rough

한동안 힘들었어요

But lately I've been doing better

하지만 요즘 난 잘 하고 있어요

Than the last four cold Decembers I recall

내 기억하는 지난 네 번의 추운 12월에 비하면요


And I see my family every month

그리고 난 매달 가족을 만나요

I found a girl my parents love

부모님이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죠

She'll come and stay the night

그녀가 오면 함께 밤을 보낼 거예요

I think I might have it all

난 모든 걸 가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And I thank god everyday

매일 하나님께 감사하죠

For the girl he sent my way

그분이 보내주신 그녀에 대해서

But I know the things he gives me

하지만 난 알아요 그분이 주신 것들은

He can take away

다시 거둬가실 수 있다는 걸


And I hold you every night

그래서 난 당신을 매일 밤 꼭 안고 있어요

That's a feeling I wanna get used to

그건 내가 익숙해지고 싶어하는 느낌이죠

But there's no man as terrified as the man who stands to lose you

하지만 당신을 잃어버릴 처지에 놓인 남자만큼 겁을 먹는 남자는 없어요


Oh I hope I don't lose you

난 당신을 잃지 않기를 바래요


Mmm 음

Please 제발

Stay 머물러줘요

I want you I need you oh God

난 당신을 원해요, 당신이 필요해요, 오, 신이시어

Don't Take

거둬가지 말아요

These beautiful things that I've got

제가 가진 이 아름다운 것들을


Please 제발

Stay 머물러줘요

I want you I need you oh God

난 당신을 원해요, 당신이 필요해요, 오, 신이시여

Don't Take

거둬가지 말아요

These beautiful things that I've got

제가 가진 이 아름다운 것들을


Please don't take,

제발 거둬가지 말아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세상이 또 다시 휘청거렸다. 한동안은 잠잠했는데, 예고도 없이 이렇게 불쑥 다시 찾아올 줄은 몰랐다. 아직은 끝난 게 아니었던가. 공포가 순식간에 뒷골의 혈관을 타고 올라와 내 머리를 서서히 옥죄었다. 눈앞이 아득해짐과 동시에 눈 주위에 화끈거림이 몰려왔다. 거칠어진 숨소리를 제대로 제어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안경을 벗고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심장이 통곡하듯 쿵쾅거리는 와중에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쓰며 회사 화장실로 피신했다. 빈 칸을 밀치듯 들어와 문을 잠그기가 무섭게 구토가 밀려왔다. 어라, 아무리 힘들어도 이건 아닌데. 차마 속을 게워낼 수는 없어 헛구역질만 몇 번 하고는 변기 커버를 닫았다. 그리고 그 위에 털썩 주저앉은 다음, 큰 숨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몇 분은 흘렀을 거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해서 덜컥거렸다. 보이는 거라곤 화장실 칸막이가 전부인 그 작은 세상마저도 이윽고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구토를 할까, 말까를 망설이며 다시 몇 분을 더 흘려보냈다. 마침내 덜컥거리던 세상이 조금이나마 잠잠해지고, 헷갈리게 하는 불쾌한 여진만 남자 나는 생각이란 걸 시도했다. 그리고 음, 처음으로 생각나는 건 바로 그녀였다.


그녀가 보고싶다는 진부한 투정도, 죽기 전에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봐둘 걸 하는 비약적인 망상도 아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생각이지만, 나는 그 순간에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을 했다. 말하면 그녀가 걱정하겠지? 그녀가 걱정하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이었다. 그리고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나보다 그녀를 먼저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구나! 비틀거리며 자리로 돌아가는 와중에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딜 가도 그녀가 있는 걸 넘어, 어떤 생각을 해도 그녀가 그 안에 있구나.




얼마 전, 그녀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 헤어스타일에 관한 대화였는데, 머리를 계속해서 기를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원래는 조쨰즈 머리를 따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가수 벤슨 본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해 보면 어떨까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어찌 저찌 하여 벤슨 본의 명곡 'Beautiful Things'의 가사를 찾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노래의 가사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 달랐다. 그리고 묘하게 내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노래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제목과는 달리,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곡이었다. 자신의 곁에 있는 아름다운 그녀를 언젠가 잃을지도 모른다는 끝없는 불안감. 가사를 읽고 나서 나는 내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내 세상을 파고들어 내 마음에 깊숙하게 안착할수록 나는 더 큰 불안에 휩쓸린다. 가진 것에 안심하는 동시에 가진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이 안심이라는 불안이 나를 한없이 옥죄어 온다. 대체 이를 어쩐다. 그녀는 이미 세상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와중에도 제일 먼저 떠오를 만큼 깊숙이 내 마음에 들어와 있는데.




몸이 슬슬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나이대에 진입했다는 걸 몸소 체감하는 올 한해다. 그동안 너무 안심을 했던 것 같다. 극도의 물리적 불안을 겪고 보니 더 그렇다. 죽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잘 살걸이라는 비약적인 망상도 이제는 현실로 다가오는 것만 같다.


자연스레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심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 세상이 통째로 휘청이는 공포를 겪고 나니, 안심했던 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대로 불안이 되고 있다. 다니고 있는 직장도 언젠가는 잃어버리게 될 테고,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그 시기가 훌쩍 앞으로 당겨진 것 같기도 하다. 밀물처럼 쌓이는 스트레스가 내 앞길마저 막막하게 막아버리는 것만 같다. 시간은 또 어떠한가. 앞으로 계속 잃어나갈 유한한 시간에 대해 나는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는 이 불안 속에서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내 세상 깊숙이 파고든 그녀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안심을 줄 수 있을까? 내년은 이런 불안에 대비하는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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