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턴지 모르겠지만, 출근해서부터 아니, 출근길부터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힘겹게 취업했는데 왜 집에 가고 싶을까.. 집에 아무것도 없는데 뭐가 그렇게 집에 가고 싶을까?
퇴근하고 싶다는 말도 아닌 "집 가고 싶다"는 말은 위로 갈수록 상당히 무서운 말이다. 집에 가고 싶냐? 는 말은 더 이상 출근하지 말라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여기저기서 집 가고 싶다는 말은 많이 들린다. 쉬고 싶은 욕망에서 튀어나오는 말인 것일까. 돈 많은 백수가 많은 이들의 꿈인 것처럼 우린 일을 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면서 놀기만 하고 싶은 걸까?
집은 완전히 나만의 공간이다. 외부로부터 차단된 곳, 오롯이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는 곳이다.
귀소본능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마음이 편안하다. 부모님의 어렸을 때를 회상하며 고향에 갈 때의 즐거워했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뭔가 나를 받아준 품속으로 들어가니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일까. 연어도 산란기에 다시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은 온전히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회사에서든, 아니면 밖에 나가서든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조직에서는 눈에 보이는 권력관계속에서 피로가 쌓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신경 쓰고 있는 게 많을 것이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정서적 소진(Emotional Exhaustion)의 표현이다. 일이 주는 압박과 피로가 누적되면, 우리는 정서적 자원을 잃고 회복을 갈망하게 된다. 이는 게으름이 아니라 회복하고 싶은 본능 일 것이다. 집은 이런 피로 해소의 공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버릇처럼 달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돈 많은 백수가 꿈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들 말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돈 많은 백수는 돈 버는 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활동들은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일 테니 말이다.
자기 결정이론(Deci & Ryan)에 따르면 인간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 충족될 때, 자기가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고 인식할 때 심리적 웰빙이 충족도 된다고 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상황이 부러워 우리는 돈 많은 백수를 꿈꾼다고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집에 가고 싶은 이유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해서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도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은 몰입을 가져오지만, 그만큼 에너지를 소모한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피로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피로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 피로는 무의미한 고통이 아니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즐거운 과정이라고 스스로 인식할 수 있다. 즉,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오더라도 이는 잠깐 쉬고 싶다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어느 날 집에 있는데도 집 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집에 있는데 일 생각을 해서인가 온전히 나의 공간으로 들어오지 못한 것일까. 여전히 어딘가에 접속된 상태로 메신저 알림, 업무 생각 등등
말버릇일지도 모르지만, 아무 생각 없이 모든 것에서 일탈하여 회복하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