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전체를 돌보는 것
신생아 중환자실 환아들은, 간혹 다른 병원에서 전원 오는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출생과 동시에 입실하게 된다.
세상에 나온 지 몇 분 되지 않아 중환자실에 오는 아이들이다.
환아에게는 부모의 손길 대신, 의료진들의 “처치”가 먼저이고,
부모에게는 아이를 안아보는 대신 수많은 “설명”이 함께한다.
아이를 안아보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동안, 부모의 표정은 조금씩 닳아간다.
잠을 자지 못하고, 말을 줄이고, 눈물을 흘린다.
모든 소아과가 그러하듯,
신생아과 역시 신생아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를 돌보는 과이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간호는 아이 한 명 한 명을 향해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족 전체를 향해있다.
“아기가 NICU에 장기 입원을 하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하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ㅇㅇㅇ 선생님께서 매 순간 아이 걱정에 일상이 어려운 저에게 아름다운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퇴근길 고민고민하시다가 생각해 주신 숙제라며 아이를 위한 동화를 그려보는 건 어떠시냐 이야기해 주셨고, 퇴근길에서까지 환아와 가족을 생각해 주시는 마음에 감동받아 최근 동화를 완성하여 아기에게 읽어줬습니다.
바쁜 병원 업무에 몸도 마음도 지치셨을 퇴근길에서까지 진심으로 환자를 걱정해 주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아 간호사 선생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
이라는 칭찬글을 받은 적이 있다.
출생 직후 심폐소생술을 받고 NICU(신생아중환자실)에 입실한 환아의 보호자가 쓴 글이였다.
아이의 입원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부모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법을 이미 잊은 상태였다.
복직은 기약이 없어지고, 불안은 일상이 되어 보호자의 하루는 ‘병원-집’이 전부였다.
면회가 끝난 후에도 수시로 부서에 전화를 해 환아의 상태를 물었고, 새벽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 오늘 새벽에도 전화하셨다던데, 잠은 좀 주무세요? “라고 물으면,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기가 아픈데 어떻게 잠이 오겠어요, 저 하나도 못 자요.”라고 말했고, 면회 시간 외에는 아기 생각만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어떻게든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고 싶었고, 그 고민은 퇴근길에도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저번 면회 때 보호자가 가져왔던 그림이 떠올랐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직접 그린 그림이 맞았고, 나는 보호자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어머니 저번에 그리신 그림이 참 인상 깊어요. 혹시 집에서 아기가 생각날 때, 아기를 위한 짧은 동화책을 만들어 보시면 어떨까요? 어머니가 면회 오실 때 읽어주셔도 좋고, 저도 시간 나면 ㅁㅁ에게 읽어줄게요. 엄마, 아빠가 어떻게 만났는지, 얼마나 ㅁㅁ이를 기다렸는지,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런 이야기요.”
예상보다 훨씬 반짝이는 눈빛으로, 어머니는 당장 시작하겠다고 했다.
며칠 뒤, “벌써 두 페이지나 만들었다 “며 활짝 웃으셨고,
“ㅁㅁ이를 생각하면서 뭔가를 할 수 있어 너무 힘이 된다”, “이런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자신과 아기는 정말 행운”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셨다.
또한 완성된 동화책은, 다른 이른둥이 부모님들께도 힘이 되었으면 한다며 이른둥이 보호자 카페에 게시할 계획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동화책을 만들어보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며칠 뒤, 완성된 동화책 속엔 나와 닮은 인물도 그려져 있었다.
위에서 말했듯, 신생아중환자실에서의 치료와 간호는 단지 환자 중심의 돌봄을 넘어, 가족까지 연결된다.
그래서, 여전히 부족한 나의 간호지만, 그 하루의 돌봄이 누군가가 하루를 견디고, 우울을 조금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내가 하는 말 한마디, 손 길 하나가 어떤 부모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손으로는 아기를, 말로는 보호자를, 마음으로는 두 존재를 함께 돌보는 그런 의료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