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면 바로 씻는 이유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가 된 이후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바로 샤워를 하는 것이다.
누가 보면 위생 강박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300gm정도의 아기들을 간호하다 보면 위생 강박이 생기긴 하지만, 이 습관은 위생강박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그때 내가 지우고 싶었던 것은 병원에서 옮아왔을지 모르는 균이 아니라, 근무지의 공기였다.
오늘 들었던 보호자들의 목소리.
사망한 아이 엄마의 울음소리.
그런 엄마를 끌어안으며 차마 소리 내지 못하고 울던 아빠의 모습.
환아 상태의 변화를 알리는 모니터의 노란 알람, 빨간 알람의 잔상.
그 순간을 대하던 긴장들이 계속 남아 있는 공기.
추운 겨울은 물론이고, 더운 여름에도,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는 순간이 되어서야 조금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샤워기 밑, 물줄기가 머리부터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면 그제야 머리도 씻겨 내려가고, 긴장되어 뭉쳐있던 근육도 풀리는 기분이었다.
몸을 씻는다고 기억이 씻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병원의 일과 일상을 선 긋는 데 성공하는 의식, 과정이었달까.
그러다가 어느 날 아무리 물아래 서있어도 병원의 공기가 지워지지 않는 날이면, 나는 수건으로 한참 머리카락을 닦아내곤 했다.
완전히 씻기지 않은 머리와 마음을 계속 닦아내듯이.
일을 하면 할수록 마음을 말리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오늘을 오늘로 끝낼 수 있도록.
SNS에서 한 아이의 보호자가 본인의 아이가 사망했으나 의료인들이 장례식에 오지 않았다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아이가 사망했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의료인들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댓글도 있었다.
이런 글을 볼 때면 마음 한쪽이 무거워진다.
우리는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다만, 울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법을 익힐 뿐이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울지 않기로 하는 것.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잠시 내려놓는 것.
그리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루를 벗겨내곤 한다.
내일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병원에 가기 위해.
차가워서가 아니다.
슬프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내일도 계속 다른 아이들 곁에 서기 위함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오늘로 끝내기 위해 집에 가면 바로 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