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이도 Jan 06. 2023

작은 아버지, 작은 어머니를 우리 집에 초대했다

작은 결혼식 이후

작은 아버지, 작은 어머니를 신혼집에 초대했다.


싱글일 때는 한 번도 내가 사는 집에 작은아버지, 어머니를 초대할 일이 없었다. 두 분은 거의 명절에 큰집인 부모님 집에서나 집안 행사 때나 뵈었다.


결혼식에 직계가족만 초대했었다.

많은 생각 끝에 지금 상황, 우리가 행복할 이벤트로 생각했었다.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함께 못하는 거에 아쉬워하는 지인이며 친척들에겐 내 욕심이구나 하는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긴 했다.  


신혼집으로 이사를 마치고, 사촌언니를 집으로 초대하려고 연락했더니 마침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가 언니네 집에 오셨다 했다.


가깝다면 가까운 사이지만 자식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하시는 두 분은 조카에게는 더하셨다.


사촌언니랑 오붓한 시간을 우리 집에 오시라 하면서 뺐는가 하는 걱정이 나는 있었는데, 남편이 부담돼서 안 오신다는 말씀 하시면 서운하다고 꼭 전달해 달라고 했다.


여차저차 서로의 편의를 봐주는 줄다리기를 하다가 저녁에 오겠다고 초대에 응해주셨다.


뭘 준비해야 하나 마트도 들르고, 작은언니랑 통화해보니 작은어머니가 회를 좋아하신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런 것도 몰랐다.


벨 소리에 방문객 확인을 하며, 반갑게 맞이했다.


저녁에 반주를 하면서 중학생 조카가 혼신(?)의 힘을 다해 기록해 준 동영상을 같이 보면서 남편의 가족도 설명해주고 그날의 분위기도 설명드렸다.


식사 때 틀었던 동영상도 보면서 가족들 옛날 사진도 구경하고, 미리 몇 번을 봤다면서 사촌언니는 또 눈물을 훔쳤다.


’ 언니는 왜 또 울어?? ㅎㅎ‘


작은어머니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결혼식도 각양각색이라고 하니 초대 안 한거 이해한다, 동영상 보니 좋구나 하셨다.


작은아버지, 어머니도 그분들의 만남부터 결혼까지 에피소드도 들려주셨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들에게도 젊었던 그 시절이 있었다는 걸 자식들은 잘 잊는다.


작은아버지가 ‘이렇게 사는 거 보니 좋구나’하셨다.


결혼식에 초대하는 도리를 못한 거 같은 마음이 안 들 줄 알았는데, 막상 편하지는 않았었나보다.


그래도 여전히 결혼식이라는 세리머니보다는 이러한 과정들이 더 중요하다 생각된다.  


오늘의 모임도 작은 결혼식의 연장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작은 결혼식과 일반 결혼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