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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콩 Mar 27. 2020

간담회를 하자고 하면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소통이 안 되는 회사의 세 가지 특징

금융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을 때 가장 문화충격을 받았던 점은 소통이 활발하다는 것이었다. 그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늘 팀장은 회의로 부재중이었고, 사업의 주요한 내용이 팀원들에게까지 공유되지 않아 종종 시간 낭비를 하는 일도 있었다. 두 조직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여러 회사를 경험하며 내가 느낀 소통이 되지 않는 조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다. 캐피털 사에서 일할 때 나는 지점에서 근무를 했다. 그곳이 첫 직장이었던 내가 느끼기에도 좀 과하다 싶을 만큼 특이한 직원이 있었는데, 그녀는 일을 하다가 제대로 불만이 쌓이면 키보드에 분풀이를 해댔다. 뒤에서는 '쟤 또 저런다, 왜 저래'라고 말하면서도 그녀의 행동을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결국은 팀장님이 한 소리를 하기 전까지 그녀는 우리 모두의 스트레스 대상이었다. 


앞담화가 없는 회사의 직원들은 잘못된 행동이나 업무 태도를 가지고 있어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잘못을 알 수 없다. (눈치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피드백받기 전까지는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1:1로 피드백을 준다면 다행이다. 잘못된 점이 있어도 개선할 수 없는 회사의 시스템은 나쁜 업무 환경을 고착화시킨다. 사실 나쁜 사람 역할을 자처하지 않는 착한 사람들이 모인 회사에서 안타깝게 이런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둘째, 부정적인 원인으로 말미암아 간담회를 한다. 경직된 회사 문화에서 간담회를 해 본 직원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간담회는 이런 루트로 시작된다. 최근 퇴사자가 늘었다 -> 경영진은 이유를 모른다 -> 직원들은 이유를 알지만 경영진에게 말하지 않는다.


경영진이 간담회를 하자고 하면 팀원들이 모두 회의실에 소집된다. 간단한 아이스 브레이킹 후, 요즘 힘들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얘기를 꺼낸다. 진작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으니 이런 식의 간담회가 열리는 것이다. 어려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불만을 토로하기란 어렵다.


셋째, 면담으로 얻는 성과가 없다.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어려운 점을 말해도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부하 직원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만 문제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해결책이 있는지 고민해주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업무의 어려움과 개선책, 또는 잘못된 직장문화에 대해 여러 번 얘기해도 무응답 또는 질책으로 돌아올 때 조직과 리더에 대해 실망하고 만다.


제 얘기도 좀 들어주시라구요!


불통이 수차례 지속되면 결국 아랫사람은 문제 상황을 계속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 팀원의 입장에서는 꽤나 큰 좌절감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좋은 회사는 위와는 반대일 것이다. 1)언제든지 잘못된 사항을 제기할 수 있고, 2) 간담회를 위한 간담회는 필요가 없고, 3) 면담을 통해 일정 부분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지극히 팀원의 입장에서 쓰인 글이기 때문에 팀장급이 보기에는 '어후, 밑에 사람들은 모른다'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불통의 조직에서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안다. 서로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직 내에 의사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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