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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 Sep 23. 2024

엄마로 가득한 차 안

엄마의 물건들

운전하며 출근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뒷좌석을 돌아보니...

어느새 온통 엄마 물건으로 가득 차버린  안!.......


언제부터였지?....

기억도 나지 않는 꽤 오랜 시간을 아니 어쩌면 반복되는 퍽 짧은 시간을 지나온 것 같기도 하고... 얼마가 지난 건가?

그건 잘 모르겠다  

하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니까...


어제 당근해 속기저귀랑 겉기저귀의 어지러운 다발으로 엄마를 차 안에 눕힐 때 또는 앉힐 때 쓰였 욕창방지방석이  기대어 있고

병원에서... 요양병원? 응급실 병원? 언제 어떤 병원에서였는지 모를 입퇴원 할 때 받은 약과 서류뭉치와 품들이 마치 피난민 짐꾸러미처럼 제각각 담긴 쇼핑백더미들....

그위로 던져져 있는 엄마머리와 몸을 받치던 쿠션들과 작은 담요...


그리고 제일 먼저 타서는 구석에 숨죽이고 있었던... 


엄마가 요양원에서 입던 옷가지들과 쓰이 물건 물건들.....


이 옷가지들 속에는 엄마 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했던 부목? 이 있었다.




보통 팔이 부러졌을 때 고정시키는 용도의 부목과 흡사한 모양의 그것이 여기저기 보풀이 엉켜 붙은 채 꽤 사용해 왔던 낡음으로 뼈다귀처럼 두 개가 턱 하니 조금 남루하게 쇼핑백 위로 얹혀 나왔다.


내가 사드린... 그나마 조금씩 움직이던  오른팔과 손을 그것조차도 움직이지 말라고...

코에 꽂은 경관식 먹는 줄 빼지 말라고...

요양원이 요구해서 꽤 비싼 값을 지불하고 허락한 물건이었다.


포기하는 심정으로 더 이상 그들에게 추궁당하기 싫어서... 울며 겨자 먹기... 

그래 모르겠다 당신들이 할 대로 다해보라는 심정으로 이제 내가 뭘 따지고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뭐라도 엄마를 위해 더 나은 걸 요구하고 주장할 수 없는 입장이니까

그렇게 나는 엄마의 자신의 팔 움직일 당연한 자유를 압박하게 하는 그 부목을 사서 드려야만 했다.


엄마가 그걸 멀쩡한 팔에다 하고 얼굴이 가려워도 뭐가 붙어있어도 떼지 못하고 있었을 걸 생각하면 주어진 환경에 동적으  내 동대 이쳐질 수밖에 없었던 가엾은 처지와 그렇게 만들어준 게 결국 나라는 죄책감에 한순간 눈앞이 울컥 뿌옇게 그렁해지고 말았다.


모든 것이 내 탓...


돌아보니 엄마를 이런 형편에 놓여 있게 만들어 버린 건 결국 모든 것이  '나'였다.




언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언제부터 엄 마를 이지경까지 몰아넣을 수밖에 없었을까

나의 이기심? 게으름? 안이함?... 코로나시기?  마의 지병? 요양원의 방식?


아니 잠깐... 지금 한가하게 그런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엄마는 지금 언제 숨을 거둬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라고 했다.

무섭지만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내가 지금 무얼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기다리는 게

내 소중한 엄마가 돌아가신다는데 그냥 그렇게 놓아드리는 게 맞는 걸까?


출퇴근하는 차 안에서... 일하는 직장에서나 끊임없이 수도 없이....

고통 없이 편안하게 돌아가실 수 있는 방법 뭘까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아니 이게 지금 맞는 걸까 내내 나를 의심하고 타박하고..... 

그러다 내가 어쩔 수 없잖아... 하며 마를 포기하는 순간 돌아가시고 말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하면 놀라서 급히 생각을 멈추곤 했다.


일단 주치의를 만나 상담을 해야 하는데...

연초부터 연차는 진작에 다 소진하고 응급시마다 결근으로 쓴 지가 벌써 몇 개월째... 급여도 툭툭 꺾여나간지가 얼마인지 모른다.


이번엔 견뎌야 한다.

연차 다시 생길 이번달이 지나길...

엄마가 버텨주시기만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고대했다.




하지만 이런 바람도 결국은 엄 마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작 어떻게 편안하게 돌아가실 방법이 있을지 의학적으로 상의하기 위한 것이라니...


감히 엄 마의 제삿날을 내가 정하기 위한 것일 뿐...........


기막히게도 그게 최선이라고 믿기 시작한 끝에 나온 작은 희망뿐이었다.


나의 독선과 그렇게 우격다짐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이 미라처럼 앙상하게 마르고 다시 사시길 기대할 수 없 보이는 엄마의 현실이 쉽게 타협할 당위성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편안하게 눈감으실 수 있기를...


이제 바라는 건 오직 그것 하나였다.

도망치고 싶은 너무 두렵고 슬픈 일이지만 그렇게 떠밀렸다.


지금 할딱 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바람 앞에 촛불같이 가냘 엄마의 목숨이 고요히 거두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잔인해빠진 나...


내가 맞는 걸까?


해드린 것도 없는 주제에 모든 걸 정황에 맞춰 합리화시키려는 내가 이성적이라기보다 냉혹한 편의적인 인간에 불과하다고 느껴져 꼬챙이가 수시로 파고드는 것처럼 가슴 한가운데가 아팠다.


나 따위에게 렇게 취급될 우리 엄마가 아닌데


나보다 더 건강하셨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명쾌한 한마디로 가볍게.... .... 상황을 정리해 버려 주위를 평안하게 만들어 주시던 언제나 대범하고 현명하신 엄마였다.


모든 시름을 단번에 깔끔하게 날려 안심시키 잊게 해 주시던....


괜찮아 ~...... 할 수 없지 머

하며 곤히 잠들 수 있게 하고 마음 편히 다시 시작할 수 도록 힘을 내게 도와주시던 지혜롭고 따뜻한

   마...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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