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 집에 놀러 오던 길고양이는 나와 불편한 관계였다.
날카로운 눈매는 마치 밤하늘을 가르는 번개 같았고, 살금살금 다가오는 걸음은 어둠 속 그림자처럼 날 쫓아오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내 뒤에서 불쑥 나타나 놀라게 하던 길고양이. 그때의 고양이는 어린 마음속에서 마마호환 같은 두려움을 품은 존재였다.
오늘 출근길 보게 된 고양이는 달라 보였다. 황금빛 햇살이 고양이의 등을 감싸고 반쯤 감긴 눈에는 묘한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느릿한 몸짓은 여유로워 보였다.
나는 잔설 위에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를 한참 바라보았다. 차가운 눈과 따스한 갈색 털이 어우러진 모습은 겨울 속에 피어난 작은 봄 같았다. 고양이의 털 위로 스며드는 황금빛 햇살은 얼어붙은 세상에 부드럽게 녹아들며 모든 차가움을 잠재우는 듯했다.
고양이는 이제 더 이상 나를 놀라게 하거나 두렵게 하지 않았다. 그저 햇빛을 찾아 작은 행복을 누리는 생명이었다. 어린 시절 내게 마마호환처럼 무서웠던 존재가 오늘은 햇살 속 따뜻한 친구처럼 다가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두려움이 따뜻한 기억으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오늘 고양이와 함께한 이 순간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스며들 듯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