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첫 문장을 올리던 날을 기억합니다. 글을 막 배우던 아이처럼, 자판 하나를 누를 때마다 숨을 고르며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밖으로 꺼내놓던 순간. 그 미세한 떨림까지도 저에게는 기쁨이었습니다.
하지만 설렘은 오래 머물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속 우물은 마르는 것처럼 느껴졌고, 빈 화면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습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이곳을 떠났습니다. 잠시 도망치듯이.
오랜 침묵 끝에, 브런치의 글들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서툴고 투박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진심이었던 내 마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발견하는 순간, 다시 쓰고 싶다는 마음이 천천히, 분명하게 피어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혼자만의 독백이 아니라 숨을 가진 타인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을 세우고,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사람이 살아 움직이도록 조금 더 넓고 깊은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꿈만 꾸었던 웹소설을 써보자.”
낯선 바다 같은 문피아에 몸을 던졌고, 월화수목금 저녁 7시— 독자와 나 자신에게 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의 리듬을 새로 짰습니다. 때로는 막막함에 새벽까지 깨어 있었고, 어떤 날은 솟구치는 영감에 손끝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00화. 단순히 숫자 하나를 넘어선 순간이었지만, 그보다 더 묵직하게 다가온 것은 확신이었습니다.
'나는 이야기를 끝까지 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구나. 아직 나를 지켜보는 독자는 없을지라도, 스스로에게 건 약속 하나만큼은 우직하게 지켜내는 사람이구나.'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제게 필요했던 건, 타인의 인정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폭풍우가 지난 자리의 나무가 더 깊이 뿌리를 내리듯 그 치열한 100일 동안의 글쓰기 근육도 한 겹 더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품고, 다시 고향 같은 이곳, 브런치로 돌아왔습니다. 잠시 멈춰 있던 아름드리 나무의 나이테에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의 겹을 차분히 더해보려 합니다.
웹소설을 쓰며 배운 ‘이야기를 완결하는 성취’, 그리고 100일간의 뜨거운 기록들이 다시 글쓰기에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제 더 넓어진 품으로 다시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