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에서 낯선 여자의 그림자를 보았단다. 웃고 있는데도 눈가는 슬퍼 보이고, 가만히 있는데도 어깨는 잔뜩 웅크려 있었지. 사람들은 그걸 '갱년기'라 부르더구나. 하지만 엄마는 그 이름 대신, 너와 꼭 닮은 이름, '두 번째 사춘기'라 부르기로 했어. 이 힘든 시간을 지나는 엄마의 마음을, 언젠가 너의 사춘기가 그랬듯, 조금은 이해해 주길 바라며 이 글을 써본단다.
엄마는 말이야, 너처럼 눈빛이 변할 정도로 나도 모르게 화가 날 때가 많아졌어. 엄마의 사춘기는 갱년기라는 녀석이 호르몬들끼리 싸움을 일으키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 미워졌다 좋아졌다를 반복한단다. 너의 사춘기 때를 생각하며 엄마의 사춘기도 모래알만큼이라도 이해해주렴.
엄마는 말이야, 머릿속으로는 말을 둥글게 해야지, 다짐하면서도 왜 너만 보면 둥글고 따뜻한 말들이 뾰족뾰족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걸까. 어느새 너의 사춘기 시절 말투로 엄마가 변해가는 것만 같아. 그래도 조금만 이해해주렴.
엄마는 말이야, 너를 업고 누나 손을 잡고 장바구니까지 들고 다녀도 세상을 다 가진 듯 씩씩했는데, 지금은 내 가방 하나만 들고 걷는 퇴근길마저 커피 라떼 위 생크림처럼 푹 젖어드는 몸이 되었단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오르는 이런 엄마를 조금만 이해해주렴.
엄마는 말이야, 할머니처럼은 되지 말아야지, 마음먹었던 때가 있었는데 내가 꼭 그때의 할머니가 되어보니 이제야 알 것 같아. 참 힘들었겠구나, 아팠겠구나, 애쓰며 살아냈겠구나. 너도 너만의 두 번째 사춘기가 찾아오면, 그때는 지금의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겠지.
엄마는 말이야, 원래부터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사람은 아니었어. 너처럼 좋아하는 영화에 가슴 설레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던 아이였는데, 어느덧 갱년기라는 이름의 계절을 지나며 조금 아파하고 있구나. 그래도 엄마는 잘 이겨낼 거란다. 그러니 이 계절이 다 지날 때까지, 우리,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친구로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