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아가들 적응하느라 윗옷에는 늘 콧물과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한 달 내내 마음은 꽃샘추위를 견디느라 오리털 파카로 마음을 꽁꽁 싸매며 살아왔다.
4월이면 이제 적응된 아가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녀 교구장에 넘어져 다칠까 노랑 걱정 하나,
점심시간에 잘 먹지 못하는 아가가 아픈 건 아닌지 초록 걱정 하나, 콧물이 너무 오래가서 감기가 심해지면 어쩌나 파랑 걱정 하나씩 생겨 마음에 무지개색 걱정들이 있었다.
올해는 달랐다. 그 두터운 마음의 패딩을 벗고, 꽃놀이를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정말, 가보았다. 화사한 꽃잎 아래에서 문득 깨달았다. 그동안 왜 이렇게 꽃도 못 보고 살았을까.
걱정은 여전했지만, 꽃을 가만히 바라보니, 마음이 그저 고요해졌다. 햇볕 아래서 걱정들이 하나씩 투명해졌고, 내 안의 꽃샘추위도 천천히 녹기 시작했다.
꽃놀이라는 게, 그저 꽃을 보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삶을 가만히 바라보고,
내 마음 안의 계절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해본 사람이 안다. 꽃놀이도 해본 사람이 기쁨을 누린다는 것을
50살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내가 내게 줄 수 있는 선물 중 가장 따뜻한 것은,
바로 매년 봄의 꽃놀이라고. 봄은 언제나 제철에 오고, 꽃도 제 자리에 피는데,
왜 그렇게 나만 그 계절을 놓치고 있었을까.
이제는 놓치지 않으려 한다.
매년 봄, 마음에 핀 꽃 하나라도 바라보며
나를 위한 계절을,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