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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Jul 14. 2023

나이가 많아도 경력이 많아도 일은 잘한답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은 있다.

어린이집은 언제나 활기와 웃음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와 함께 놀며, 배우며, 성장해 나갔다. 어린이집이 폐원하게 되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잠잠해지고 나의 미소도 사라졌다. 매일 똑같은 루틴 속에서 살아가던 나에게는 공허함의 극치였다. 오직 두 아이의 엄마로만 살아간다면, 내 안에서 끓어오르던 교사로서의 열정이 서서히 식어갈 것 같았다. 헤매는 마음을 안고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싶은 욕망에 그토록 원하던 규모가 큰 어린이집의 면접을 보러 다녔다. 면접을 보러 가면 제일 먼저 듣는 소리가 있다.


"선생님 경력이 많으시네요. 일은 못하실 것 같지는 않아요. 근데 나이도 많으시네요. 젊은 선생님들 사이에서 적응 잘하실 수 있으실까요?"


"네. 원장님 선생님들과 협동하며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경험도 많습니다. 그 경험으로 적응하기 힘든 아이도 잘 적응시킬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교육한 포트 폴리오 가져왔는데 보여드릴까요?"


"네 거기 두세요. 면접은 여기까지 할게요"


면접 시간이 짧았던 것에 비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원장님들은 평범한 질문만 던질 뿐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나이와 경력이 많은 사람은 면접의 들러리가 되어야 하는 걸까? 면접을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나의 마음은 사우나처럼 숨 막히고 답답한 공간이 되었다.


'도전하다 실패할 수 있지. 그래도 나는 잘 살아왔고 누구보다 이 일을 사랑하니까 포기하자 말자. 힘내'


이렇게 수십 번 수백 번 독백을 이어 나갔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차가 없어도 살고 있던 지역과 타 지역까지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면접 보러 오라는 전화가 올 때마다 두 손을 전화기에 꼭 잡고 보이지 않을 테지만 90도로 감사하다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멀고 먼 곳의 면접장을 향해 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하고, 작은 속삭임으로 "파이팅!"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새기면서 결의를 다져보았다. 외관상으로도 미술관처럼 큰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한 후 인터폰을 눌렀다. 


"면접 보러 왔습니다'


현관문이 열리며 너무도 바쁘게 움직이는 선생님들 사이에 온화한 이미지의 원장님이 보였다. 생각보다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선생님 오시느라고 고생 많았어요. 힘들었죠. 차 한잔하시고 천천히 이야기 나누어요"


"네. 고맙습니다"


 정말 나를 교사로 대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면서 면접이 기대되었다. 나이와 경력이 많다고 일상적인 면접을 보는 건 아닐까 많이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의외의 원장님의 면접에 눈물이 핑 돌았다. 


"선생님이 교육관은 어떻게 되세요? 제일 자신있는 수업은 어떤 수업이세요? 선생님을 자신있게 1분동안 소개해보세요? 선생님 유아반 경력이 많네요. 포트폴리오에 선생님이 교육하신 내용을 보니 새롭고 재밌네요.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교육하신 게 느껴져요. 유아반 아이들을 잘 지도하셨네요. 저희도 유아반 선생님 중에 경력자를 필요했어요.  다른 선생님들 면접도 많이 있어요. 모든 면접이 끝나고 전화드릴게요. 만약에 여기서 떨어지더라도 용기 내셔서 다른 곳도 계속 도전해 보세요"


다양한 질문에 오랜만에 쫄깃한 긴장감을 느끼며 나를 마음껏 표현해보았다.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능력만을 평가해 주시는 참다운 원장님에게 감사와 감동이 가득한 마음이 들었다.  내 안에는 따뜻한 빛이 번쩍이며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받았다. 이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참다운 원장님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뜨거운 선물처럼 찾아왔다. 정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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