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드리 Oct 05. 2023

오늘은 20대가 되어본다

좋아하는 겨울이 온다는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쌀쌀함이 묻어  살랑살랑한 바람을 느끼며 버스에 내려 학교로 걸어가 보았다. 학교에 가까울수록 쨍하게 들리는 기타의 생음악 소리에 발걸음이 강의실이 아닌 음악소리가 들리는 운동장으로 걸어가게 되었다.

푸드 트럭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삼삼오오 편한 자리에 까르르 웃음소리와 캔맥주를 마시는 청년들이 눈에 들어왔다. 해맑은 청년들만 보아도 기분이 좋았다. 청년들의 나이에 곱하기 2를 해야 내 나이가 되지만 같은 공간 같은 학생이니 곱하기 2를 지우고 오늘은 20대가 되어보고 싶었다. 음악소리에 설렌건지 스무 살이라고 주문을 걸어 마법에 빠졌는지 늦깎이 학생인 나는 푸드트럭에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용기 내 사보았다. 혼자 밖에서 음식을 사서 먹는건 처음이었다. 넓은 운동장에 나를 신경쓸 사람이 없으니 편한 마음으로 학교 내 편의점으로 음료를 사러 갔다.

시원한 자태로 유혹하는 맥주를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사 온 음식과 맥주가 환상의 궁합이었다. 높디높은 가을 하늘에 생음악이 주는 황홀감과 맥주에 취해 수업을 빠질 것인가 늦깎이 학생의 본분을 잊지 않고 강의에 들어갈 것인가 눈앞에 악마와 천사가 싸우고 있었다. 맥주를 한참을 쳐다보며 악마와 작별인사를 하고 탄산수를 손에 쥐고 운동장 계단에 앉았다.  누구보지 않는 이 자리에 앉아 몽글몽글한 구름을 보며 음식을 먹어보았다. 오로지 내 음식 먹는 속도에만 집중해서인지 혼자 먹는 음식이 참 맛나게 느껴졌다.축제를 함께 느끼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평생에 다시 느껴볼거라 상상하지 못했던 축제의 한가운데 오늘 내가 있었다는 들뜬 마음이 대학 다니던 20대의 나와 마주한 것 같았다. 짧은 힐링 덕분에 한 번도 졸지 않고 열심히 필기하며 오늘 하루를 마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박김치와 참기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