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드리 Oct 22. 2023

말랑말랑한 홍시의 마음으로 떠난 속초 나들이

휴일인데도 새벽 5시에 부부는 일어났다. 살랑살랑하면서 코끝이 쨍한 차가운 새벽 공기를 참 좋아하는 아내는 마당으로 나가 새벽 공기를 마셔본다. 남편도 따라 나와 함께 새벽 공기를 마시며 눈이 마주쳤다.


"우리 속초 갈까? 자기도 오늘 하루 쉬어. 대학원 다닌다고 내 도시락 싼다고 브런치에 글 쓴다고 엄청 바쁘잖아"


"그래 여보 이대로 떠나자"


부부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처음으로 무작정 속초로 떠났다. 아내는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들으며 새벽 휴게소에 들러 따뜻한 아메리카로 따뜻한 마음을 주유하며 설악산에 도착했다.


"여보 우리 속초에서 안 해본 것만 해보자. 케이블카 너무 타보고 싶었는데 우리 타보자"


남편은 케이블카를 타보고 싶어했다. 속초에 오면 아이들 위주로 여행하다 보니 정작 우리 부부가 하고 싶은 것은 잊고 살았었다.


"그래 오늘은 애들도 없으니까. 우리가 하고 싶은 거 안 해본 거 해보자. 당신 50살이 되기 전에 케이블까 타는 소원을 이뤘네요. 날씨가 안 좋아서 늘 못 탔는데."


아이처럼 신나 하는 남편은 케이블카 예매권을 바라고 또 바라보며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것 설레어 보였다.

걷는 걸 싫어하는 신랑은 설레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었다.  정상에서 마냥 행복해 보이던 신랑을 보며 20대에 만나 50대가 되어가는 뒷모습에 코끝이 찡해졌다. 케이블카에 내려오자 삼삼오오 막걸리에 파전을 먹고 있었다. 술을 전혀 먹지 못하는 신랑은 등산의 피로를 아이스 아메리카로 풀었다.


속초에 오면 늘 회와 대게 물회를 먹었는데 점심으로 한 번도 먹지 않았던 고기를 먹어보기로 했다.

고기도 맛있었지만 밑반찬으로 문회무침, 꼬막무침, 황홀한 양념의 양념게장과 풍성한 파무침이 나와 더욱 맛있었다. 해산물이 이렇게 풍성하게 나온 고깃집은 처음이었다. 등산 후에 고기는 꿀맛이었다. 고기를 먹으며 다음 행선지를 고르라고 남편은 말했다. 아내는 강릉 아르떼 뮤지엄에 미디어 아트를 꼭 보고 싶다고 했다. 신랑은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어 했지만 오늘 여행은 안 해본 것을 해보자고 말한 장본인이니 같이 가보자고 했다.

입장권을 사고 들어갈 때까지 바다를 보고 싶어 하던 신랑은 성대한 음악과 처음 보는 체험형 미디어 아트에 신기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젊은이들처럼 사진을 찍고 있었다. 조선회화 특별전에서 아내는 한국의 미의 화려함에 눈이 부셨고 음악과 색의 웅장함에 눈물이 났었다. 


마음은 나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말랑말랑한 홍시 같은 마음을 단감처럼 딱딱한 마음으로 변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우리는 오늘 말랑말랑한 홍시 같은 마음을 꺼내어 보았다. 


신랑이 보고 싶은 바다를 보러 갔었다. 바다는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잘 살아내라고 파도로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많이 걸어보았다. 

쫑알쫑알 오래된 친구처럼 하루종일 대화를 나누었다.

안 해본 것을 해보며 말랑 말랑한 홍시의 마음이 되었다.

파도의 격려를 위로삼아 올해를 살아갈 힘을 얻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20대가 되어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