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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수업 20

우리들의 미술교실

by 미지수

저는 지금 성인 발달장애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면서 제가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채고 저를 살펴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그룹이 함께 할 미술 시간은 이번 수업을 포함해서 2회의 수업을 마치면 헤어지고 저는 또 다른 그룹을 맡게 됩니다. 물론 제자 1은 같이 합류를 하지만 제자 2와 선생님들과는 작별을 하는데요.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 보지만 경험상 생각보다 다시 인연을 만들기란 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헤어짐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수업은 제자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수업 전 모두 정신적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야기를 간단하게 나누었습니다. 그런 다음, 제자 1은 지난번 시간에 그린 꽃 스케치를 완성해야 하는데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제가 오늘은 그림을 예쁘게 그리려고 하지 말고 기분 푸는 그림을 그리자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자 1은 스케치를 완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채화 색연필로 꽃을 마구마구 색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기분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다음, 색연필의 색칠이 완성되었을 때 제가 붓에 물을 묻혀 색연필의 색이 번지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수채화 물감으로 깊이감 있게 채색을 해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제자 1은 그림 완성은 하지 못했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가 마음에 들었던지 요리조리 자신 스타일을 찾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제자 2는 미술실에 들어오면서 비가 와서 끈적거리는 느낌을 싫고 그래서 비 오는 것이 싫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가 실내에서 비가 오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싫으냐고 물어보니 싫다고 하네요. 그래서 두 가지의 그림 옵션을 주었습니다. 지난번 시간에 아버지와 앉았던 의자를 멋지게 그려서 의자를 그려보는 것과 선생님인 제가 추상적인 모양을 스케치북에 그리고 그것을 보고 생각나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제자 2는 두 번째 방법을 택했고 제가 그린 모양에 맞춰 전국의 날씨를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제자들이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성인들이지만 아이의 마음을 가진 그들의 그림이 재밌습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그들의 마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도 적절한 교육을 통해 사회적 인간으로 다듬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와서 자유롭게 상상하며 그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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