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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의 방

종이인형

by 미지수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종이인형의 집에서 곱게 한복을 입고 있는 춘향이는 사랑 이야기를 좋아한다. 메그가 자주 읽어주는 책들 중에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인해 몸과 마음의 어느 한 부분이 간질간질하고 쑥스럽지만 그런 느낌이 좋다. 하지만 어떤 대상을 보고 그런 느낌을 가진 적은 없었다. 책에서 말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한다. 춘향은 다른 종이인형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지만 딱 그만큼이다.


'왜 나는 몹시 아끼는 마음은 가질 수 없을까?'

'그리고 나는 사랑 이야기를 왜 좋아할까?'



Chumhyang's Room_30x40cm_Acrylic on canvas_@chamyshin


춘향은 옆에 앉아있는 로즈에게 물어본다.


"로즈, 너도 사랑 이야기 좋아하지?"

"응"

"너는 사랑 이야기를 왜 좋아해?"

"음... 글쎄… 막연히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해서 한 번도 내가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나도 언젠가 사랑이란 걸 누군가와 해보고 싶어서...? 하지만 지금은 나를 알아가는 게 더 중요해."

"너를 알아간다고?"

"응"

"너는 우리가 왜 인형의 집에 갇혀있다고 생각해?"

"메리의 말대로라면 또 다른 세계엔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한 진짜 내가 그곳에 있고

우리는 이곳에서 종이인형이잖아"

"그렇지"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곳에 잠시 갇혀있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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