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비 Apr 20. 2022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코 끝이 찡해지는 기이한 경험

전국축제자랑 - 김혼비, 박태하

 근래 들어, 아니 2n 년을 살면서 책을 읽다가 깔깔거리며 웃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만화책은 제외) 정말 어마어마한 책을 만났다…! 읽는 내내 두 작가의 재치 넘치는 입담에 아닌 밤중 큭큭 거리며 책장을 넘기길 반복했고 마냥 웃기다가도 뜬금없는 포인트에서 꽤나 진지해져 잠시 덮어두고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무슨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은 듣도 보도 못한 매력의 에세이였다. 무엇보다 두 작가의 집필 방식이 독특하다. 보통 공동 집필은 챕터별로  글을 나눠쓰는 방식이 흔한데 이 둘은(두 작가는 부부이다.) 정말 함께 글을 썼다고 한다. 누구 한 명이 초고를 작성하면 함께 퇴고에 퇴고를 반복하여 완성하는 고생 깨나 했겠다 싶은 방식으로 책을 완성했다. 개 중 상황이 여의치 못해 혼자 방문한 축제는 한 사람만 글을 썼는데 이게 또 신기하다. 부부는 서로 닮는다더니…. 평소 김혼비 작가의 에세이를 즐겨 읽어 그녀의 문체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남편인 박태하 작가의 글에서도 김혼비 작가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유머 코드며 문체며 글을 읽는 내내 부부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절로 떠올랐다. 두 작가의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딱 맞아떨어지는 합이 책의 재미를 한 층 높여주었지 싶다.




 제목을 보면 한눈에 파악 가능하겠지만 “전국축제자랑”은 두 작가가 12개의 한국 축제를 탐방한 후기를 기록한 책이다. 여기서 한국 축제는 힙한 “페스티벌”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한국 축제이다. 무어라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묘한 촌스러움과 투박함이 느껴지고 길거리에선 번데기나 삶은 고둥을 파는 다소 한국적인 축제를 일명 “K스러운(K-pop의 그 K와 동일하다.)” 축제로 칭하며 이런 K스러운 축제만을 골라 방문한다. 정말 이런 축제가 있다고? 싶은 축제부터 유명세 때문에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축제까지 다양한 축제가 소개된다. K스러운 축제 탐방이라니…. 소재부터 신선하지 않은가?




 사회자 재량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좋게 말해 융통성 있는 축제 진행(예를 들어 완주 와일드푸드 축제의 “와일드푸드 파이터 대회”에서 사회자가 갑작스레 선착순 제도를 도입한 경우가 있다.)이라던지, 콘텐츠의 고갈로 이것저것 엮을 수 있는 역사 소재란 소재는 다 때려 박은 간이 코너(청주 젓가락 페스티벌의 “젓가락 문화 발전을 위한 한중일 3국의 제언”)라던지. 지역 축제를 방문해 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한국 축제의 엉성함(?)을 재치있게 지적한 구절에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런 와중 뜬금없이 국뽕이 벅차올라 눈가가 시큰해지는 축제의 한 장면(의령 의병제전 “의병 출전 퍼레이드”)도 있다. 품바가 빠른 장조의 노래에 맞춰 잘그락 거리다 냅다 저급한 농담을 내던지는 K스러움부터 한마음으로 애국을 기리는 의병 출전 퍼레이드의 K민족주의까지. 긍정에서 부정까지 다양한 K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맛보고 나니 관심조차 없던 K축제에 한 번쯤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떠올랐다.  











 긴 말이 따로 필요 없지 싶다. 복잡한 머리를 식힐 겸, 김혼비/박태하 작가의 입담에 깔깔거리며 웃어볼 겸 K축제를 함께 알아보는 건 어떠신가!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가볍게 기분전환 겸 읽기 참 좋으면서도 가끔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무게감도 갖춘 매우 매력적인 책임을 부정할 수 없으리라.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이타심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