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음부암은 대학병원에서 마주치는 암들 중에서 아주 드문 경우에 속한다.
질 입구 주변인 대음순, 소음순이나 항문 주변 피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을 포괄하는 외음부암은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암과는 달리 눈으로 쉽게 확인 가능하므로 병기가 진행되기 전에 치료가 이루어지고
수술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증상은 가려움, 염증, 출혈을 동반해서 피부 질환 일종이라 생각하기 쉽다.
가려운 증상이 가장 흔한데, 환자들은 어디 쓸렸거나 균 감염이 발생한 거라 생각해서 항생제를 먹거나 바르면 치료가 될 거라 기대하지만 낫지 않아 피부과를 먼저 찾는다.
가벼운 질환이겠거니 했던 환자분들은 조직검사를 통해 암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수술을 위해 상급병원을 오시게 된다. 그래도 몇 시간이나 걸리는 개복수술과는 다르게, 비교적 간단한 외음부 쪽 절제수술만 받고 귀가하신다. 조기에 발견한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외음부암이 진행이 꽤 된 환자분 한 명이 있었다.
덩치가 있었던 50대 초반의 아주머니로 외음부암의 병기가 높아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까지 필요했던 분이었다. 그분은 성격이 굉장히 호탕하고 시원시원했고 또, 먹는 걸 굉장히 좋아하셨다.
형제자매가 많아 매 번 입원할 때마다 보호자가 달랐지만 그들과 함께 먹는 음식들은 대체로 비슷했다.
아주머니는 병식이 입에 안 맞는 다며 집에서 반찬들을 다 싸가지고 오셨는데 고추장아찌, 깻잎절임, 배추김치 등 다 맛깔나 보이는 반찬들이었다.
항암제 때문에 입맛 없다던 환자분들이 그 장아찌로 밥을 물에 말아 다 먹어치울 만큼 맛 좋은 반찬이었다.
덩치만큼 푸근했던 그녀는 늘 호탕한 웃음이 함께했다.
병실 안 다른 환자분들과 잡담도 나누고 반찬들도 나눠주기도 하면서
그녀가 입원을 했다 하면 그녀의 병실은 고요한 다른 병실과 다르게 시끌벅적했다.
살쪄서 쓸려서 그런가 했죠~ 아님 살이 터가지고 간지럽다 했지.... 따가운 거는 로션 안 발라서 그런갑다했고~
안타깝게도 림프절전이까지 됐던 아주머니는 수술하고 항암까지 했는데 재발이 잦았다.
항암제 종류를 바꿔가며 치료를 하기도 하고 이전에 수술했던 부분보다 더 넓게 암이 퍼진 부위를 제거했지만 계속해서 암은 번져나갔다.
언제부턴가, 아주머니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입맛이 떨어져서 잘 먹지도 못한다고 했다.
세 번의 수술 끝에 또다시 암세포가 퍼졌을 땐, 허벅지 살을 떼어다가 제거한 피부에다가 붙이는 수술도 했었다. 요도는 형태를 찾을 수가 없어 계속해서 소변줄을 꽂고 생활한 지 오래였다. 자의로 움직일 수도 없고 꼼짝없이 누워만 지내야 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더 이상 수술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짓무르기 시작한 때부터 갖가지 항생제를 씀에도 불구하고 감염이 잦았다. 문드러진 살에서 나는 냄새가 병실에 퍼지면서 그녀는 1인실에서 지내야만 했다.
그냥... 허리 아래 다 잘라주면 안 돼요...? 이렇게는 못살겠어...
그 말이 머리에 계속해서 맴돌았다.
그녀의 현재 상황은 상상하기 고통스러울 정도로 안타까웠다 그토록 활발했던 그녀이기에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이불을 덮어두고
매일 누워서 하루하루를 견뎌내기엔
살아있는 생지옥이었을 것이다
말미에 죽여달라는 말도 들었던 것 같다.
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정말 허리아래를 다 잘라버리면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도 했다.
전이된 암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 패혈증으로 그녀의 지옥 같은 날들은 끝이 났지만
그녀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직도 아프다.
따갑고 가려운 증상이 계속 지속되면 꼭 병원에 오시길 바란다.
정말 드물지만, 외음부암을 가진 분들이 꼭 이른 시기에 암이라는 걸 알게 되어 초기치료를 받아서 힘든 나날을 겪지 않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