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우동집

그리움

by 서윤


내가 사는 동네에 아주 오래된 각기우동집이 있다. 처음 이사왔을때 사람들만 만나면 각기우동 어때 ? 각기우동먹으러 가자 ! 각기우동먹으러 가자 !

서울에서 이사를 왔기때문에 어지간한 맛에는 별로 감흥이 없어서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보는 사람마다 우동을 먹자고 하는지 호기심이 생겨서 그 유명하다는 각기우동가게를 처음 갔던 날 나는 그집의 단골이 되었다.


가게는 허름했고 금방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낡은 건물에 벽에도 천장에도 냉장고에도 손님들이 써서 붙인 종이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어서 그 글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었다. 테이블은 학교다닐 때 앉았던 책상과 의자가 대신하고 있었고, 찌그러진 노란 물주전자가 테이블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풍경은 너무 정겹고 촌스러워서 각기우동과 너무 잘 어울렸다.


이야기 듣기로는 각기우동집 사장님은 시인이기도 하고 ' 행복한 우동가게 ' 라는 수필을 써서 책도 출간하신 작가라고 하니 책 좋아하고 글쓰기 좋아하는 나는 각기우동집에 퐁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책도 내 돈 주고 사서 읽었는데, 우동집에서 벌어지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유쾌하게 에피소드 형식으로 쓴 내용이라 너무 공감이 돼서 단숨에 완독을 했었다.


네모난 작은 나무에 ' 각기우동 '이라고 붙어 있던

간판은 어느날부터 큼지막하게 ' 행복한 우동가게 ' 로 바뀌었고 여전히 현성업중인 우동가게 바로 앞에 공원이름도 <시인의 공원> 으로 명칭이 바뀌어서 주말이면 각종 공연에 버스킹 명소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세월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굵고 탱글탱글했던 우동사리는 가늘게 변하고, 소문엔 아들이 물려받았다 하는데 내 생각엔 그냥 주인이 바뀐듯 하고 메뉴도 예전과 비교하면 다양해졌지만, 각기우동을 제외하면 그 옛날의 메뉴들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젠 그 행복한 우동가게가 확장에 확장을 해서 넓어졌고, 손님들이 써서 붙인 종이도 찾아볼 수가 없으니, 청결을 생각하면 더 나을수도 있지만, 내가 처음 갔을 때 반했던 그 풍경이 아니다보니 사실 조금 서운하고 아쉬움도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우동 맛도 그 옛날의 그 맛은 아니다.


오동통한 우동이 좋았었고 촌스럽지만 사람사는 맛이 있어서 자주 찾던 우동가게 이젠 우동면도 날씬해지니까 씹는 맛도 별로고, 무명의 시인들이 모여앉아 소주잔 기울이며 나누던 입담도 사라진 우동가게 풍경이 세월따라 어딘가로 사라져 간 행복한 각기우동집을 보면서 변하는 건 내 모습말고도 참 많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마음을 나누는 벗들과 시절을 논하고, 다른이의 험담을 안주삼아 우동국물에 소주잔을 기울이던 그때 그 젊은 날의 시간들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아서 나를 정말 행복하게 해주던 그 옛날 작은 간판에 달랑 각기우동이라고 써 있던 허름한 우동집이 그리고 한잔술로 마음을 나누던 벗들이 소낙비 지나간 어스름한 저녁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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