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를 팔았습니다

삶의 일부

by 서윤

옥수수를 팔았습니다


친구가 하는 사업에 투자를 했는데, 그곳은 사업설명회를 통해서 투자를 받고 하루 아침에 어딘가로 사라지는 유령회사였던겁니다.

혼자가 되고나서 겨우겨우 모은 돈을 한순간에 잃고나서 너무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았을 때, 아는분이 길에서 옥수수 장사를 하면 돈을 벌 수 있으니 직업귀천 따지지 말고 뭐든 해보라고 했습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옥수수가 특산품이고 제철에는 관광버스가 줄을 설 만큼 옥수수가 유명한 곳이라서 생옥수수 공급받는것도 수월했고, 장소만 잘 잡으면 한철 장사에 잃은 돈을 벌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내 옥수수 장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나의 어려움을 아는분들이 탑차도 빌려주시고, 가스설치 해주시는분도 계시고 휴대용발전기로 전구도 달아주시는 분 옥수수 삶는 솥부터 집기류까지 다 도움을 받았고, 장소까지 같이 다니면서 봐주시는분까지 수많은 도움으로 길거리에서 옥수수 파는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새로 개통한 외곽도로라서 대형트럭들이 많이 다녔는데 어느날부터 기사님들이 오기 시작하고, 젊은 새댁이 고생한다고 틈나는대로 옥수수 껍질도 까주시고 생옥수수를 두자루 세자루 사주시는데

나는 그분들께 해 드릴것이 많지 않아서 아침이라도 드시게 하려고 텃밭에 상추를 뜯어서 밥을 싸 갖고 가서 드렸는데 맛있다고 맛집이라고 매일 싸오라고 하시면서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차츰 장사가 익숙해지고 토스트를 만들어서 반으로 접어 종이컵에 담아서 드렸더니, 그것도 돈 받고 팔라고 해서 토스트도 같이 팔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토스트가 너무 잘 팔리다보니 장사 마치고 집에서 몇시간을 토스트에 들어 갈 야채 준비하다보면 겨우 두시간 눈붙이고 또 장사를 나가야 하는 강행군으로 그 여름을 견뎌가고 있었습니다.


회사에는 병가를 내고 시작한거라서 길게 할 수도 없는 상태였는데 옥수수도 한철이라 계속 장사를 하기는 어렵고 그만둬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길거리 무허가 점포 단속이 나왔고 매일 옥수수 껍질 벗겨주시고, 날마다 토스트 두세개로 끼니를 때우면서 힘내라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자리를 정리해야 했기에 급하게 대형현수막을 만들어서 걸어놓고 길거리 장사를 마감했습니다.


[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옥수수 새댁 올림 ]


그 길을 지금도 자주 지나다닙니다.

나도 모르게 대형트럭을 보면 운전석을 올려다보고, 혹시 그때 그 기사님들을 만날까 ? 만나면 인사라도 할텐데 생각합니다.

또 옥수수철이 다가왔고,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감사한 마음에 울컥울컥 목이 멥니다.

다행히 두달동안 옥수수 장사로 잃은 돈을 채우고 다시 회사로 복귀를 했습니다.


6살 아들을 새벽마다 맡아주신 어린이집 원장님, 한번이라도 더 실어야 돈이 되는데 옥수수 껍질 까느라 일도 못하시면서 도와주신 기사님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용기만 들고 해보겠다 하는 철없던 새댁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도와주신분들, 거기에 아픈게 아님을 알면서도 병가를 허락해주신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온갖 풍파가 닥쳐와도 살겠다는 의지는 상상도 못하는 힘을 내어 줍니다.

포기하지 않고 어떤식으로든 살아보겠다는 용기가 만들어 낸 기적의 삶을 살면서 제가 배운 건 돈이 먼저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은 아름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계기로 나는 어떤일에 포기하거나 무너지지 않습니다.

모든 역경은 마음가짐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옥수수가 먹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