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소녀의 집 ( 산문시)
서윤
산을 놀이터 삼아 놀고 있는 소녀가 있어요
산 정상에 소녀는 소녀만의 집도
으리으리하게 지어놓고
고사리 손으로
꽃도 가꾸고
돌담도 쌓았어요
비가 내리면 흠뻑 비를 맞으면서
산을 오르기도 했죠
소녀의 집이 빗물에 쓸려갈까 봐
걱정이 되었어요
소녀는 사실 가진 게 없었어요
흔한 종이인형도 없었지요
소녀는 산이 친구고
그 집이 유일한 안식처였어요
어느 날 동네 친구들을 데리고
소녀는 산에 올랐어요
꼬물꼬물 예쁘게 지어놓은 집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소녀와 친구들은 소녀의 집에서
흙으로 만든 밥과
풀로 만든 나물반찬도 함께 먹었어요
며칠 후 소녀는 혼자 소녀의 집을 갔어요
그런데 소녀의 집이 엉망으로 망가져 있었어요
동네 친구 한 명이 소녀의 집을
망가트려 놓은 거였죠
소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늘을 보며 한참을 울었어요
친구가 미워서 울었던 게 아니에요
집을 지키지 못한 자신의 잘못 때문에
펑펑 울었어요
소녀는 하나뿐이었던 자신의 것을
쉽게 꺼내보인 걸 후회하며 울었어요
그 소녀는 다시 집을 짓기 시작했어요
그 산이 아닌 옆산의 정상에 다시 집을 지었어요
그리고 다시는 소녀의 집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고 소녀가 어른이 되어
소녀의 집을 만나러 갔어요
신기하게도 소녀의 집 주변엔
나무도 풀도 자라지 않고
소녀의 집이 그대로 있었어요
소녀는 그때 알았어요
돌로 지은 집도 마음 안에 지은 집도
자신이 지키고자 한다면
세월에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요
소녀는 도시로 나가 살면서도
항상 소녀의 집을 생각하면 행복해졌어요
언제든 소녀가 갈 수 있는
하나뿐인 소녀의 집이 있기 때문이었죠
소녀의 마음속엔 소중한 게 있기에
당당하고 밝게 세상을 바라보았어요
소녀의 삶은 늘 반짝거려요
소녀만의 소녀의 집이 소녀에게 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