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삶
많은 망각 없이는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ㅡ 발자크 ㅡ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사실 망각이 없다면 인간의 평균 수명은 반의 반으로 줄어 60살을 넘기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별에 대한 슬픔도 사람에 의한 배신도
때론 남에겐 준 상처도 어느 시점이 지나면 잊고 살아간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죽을 것 같이 사랑하다가 이별을 하고
또 죽을 만큼 힘들다가도 또 다른 사랑을 하게 되니 말이다.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기억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잊고 싶은 기억도 가끔은 삶에 원동력이 될 때가 있다.
같은 기억을 두 번 되새기기 싫기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더욱 신중해지고, 반복하기 싫은 욕구가 쉽게 마음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망각이 있어야 인간이 살아간다.
흔한 말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맞서는 것처럼 인간은 망각을 하고 또 망각을 한다.
그래야만 내일을 기다릴 수 있다.
나이가 들고 치매에 걸려 지나간 기억을 잊고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정말 아주 가끔은 그분의 기억이 사라진 게 다행이라고 여긴 순간도 있다.
고단했던 삶을 다 잊고 다시 아기가 되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들도 무수히 많고 죽는 날까지 감사히 여기면서 살아야 하는 일들도 많지만, 망각의 터널을 지나간 일들까지 되새김질하면서 다시 꺼내놓고 고통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잊히면 잊히는 대로 그 자리에 또 새로운 기억을 채우고, 잊히지 않는 것들은 잘 갈무리해서 담아두고 반면교사로 삼아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면 그걸로 족하다.
망각은 나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