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
김장하는 날
소금물에 풍덩풍덩 절여 진 배추
이쪽 물에서 저쪽 물로 옮겨 다니느라
축 늘어져 뚝 뚝 눈물 흐르다 잠이 들면
빨간 고무통에 한 놈 한 놈
붙잡혀 들어가 매콤한 옷을 입고
궁둥이 토닥 토닥이는 손길 받으며
항아리 속으로 겨울나기 하러 들어가는데
몸통 잃은 퍼런 잎들 쓱싹쓱싹
빨간 칠에 놀라기도 전 이미 고기 싸매는
보자기가 되어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듣는 말
그놈 참 엄청시리 맛나네였다고
배춧잎은 고기를 보쌈해서 희롱당하고
저 윗동네 더벅머리 총각은
처녀 보쌈을 했다고 입방아에 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