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비설거지
늙은 어머니는 쨍쨍한 햇살에도 불구하고
비 온다 비설거지 해라 하시는데
도무지 그 말이 납득되지 않던 시절에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하늘을 읽나
신선이 되시나 어머니가 신비로웠지
비는 색도 없고 냄새도 없는데
어머니는 비가 오는 걸 어찌 아셨을까
세월에서 배우셨을까
살다 보니 알게 되신 걸까
하늘을 읽는 능력이 생긴 걸까
얘야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빨래 걷어라
언젠가부터 그 말이 일기예보 보다
확실한 믿음을 주었지
두세 시간 안에 정말 비가 내렸거든
냄새도 없는 비를 먼저 맞이하시는 어머니
이제 나 그거 조금 알 수 있게 되었어
멀쩡하던 무릎이 시큰해지고
공기가 미세하게 눅눅해지고
개미가 일렬로 개미구멍에 들어가고
먹구름의 걸음이 빨라지더군
얘야 창문 닫아라
비가 오려나보다
어머니의 그 모습
이제 내 모습이 되어 있는거야
세월이 공짜로 가르쳐 주는 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