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휴게소

인생길에서

by 서윤

인생휴게소


[ 작은 소망 ]

내가 죽기 전


한 톨의 소금 같은 시를 써서


누군가의 마음을


하얗게 만들 수 있을까


한 톨의 시가 세상을


다 구원하진 못해도


사나운 눈길을 순하게 만드는


작은 기도는 될 수 있겠지


힘들 때 잠시 웃음을 찾는


작은 위로는 될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여


맛있는 소금 한 톨 찾는 중이네


ㅡ 이해인 수녀님의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에서 가져옴 ㅡ



저는 제가 정신병동에서 생활했던 때를 인생휴게소에 머물렀다 표현을 해요

그곳은 저에게 삶의 변화를 주고, 저를 다시 충전시켜주고, 인생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내가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곳이었어요


정신과를 다니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현대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곳이 정신과일지도 몰라요.

저는 난치성희귀병으로 분노조절장애가 심해서 약물치료도 소용이 없을만큼 힘들어서 정신병동에 입원을 했어요


주치의 선생님께서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고 예쁜생각 좋은생각을 하라고 권해 주셨어요

그렇게 저는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을 할 때마다 꽃사진을 찍고, 바람을 느끼고, 지는해를 바라보면서 노을이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다거나 희미하게 떠오르는 달이 어둠에 점점 선명해지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이 모든것들을 글로 담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사실 문학을 전문적으로 배운적도 없고 시의 음률이 뭔지 에세이와 수필이 다른것도 몰라서 글은 쓰고 싶은데 형식도 모르고 막막하고 마음은 움직이는데 현실은 글쓰는 게 쉽지 않았어요

처음엔 그냥 일기쓰듯이 생각나는대로 나오는대로 노트에 제가 느끼는 감정과 산책중에 보았던 것들을 적어갔어요


찍은 사진을 보면서 손끝에 남아있는 바람을 상기시키면서 매일 몇줄이라도 쓰다보니까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에도 책 읽는 걸 좋아했지만, 깊게 새기면서 읽은적은 많지 않았어요

정신과 병동이라서 그런지 책이 종류별로

시집, 소설, 수필, 에세이 등등 많이 있더군요. 장기입원중이라 저는 남는게 시간이니까 계속 독서를 했어요


처음엔 제 안에 켜켜이 쌓여있는 울분을 미움을 분노를 쓰다보니, 뭔가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후련하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그 다음엔 제 자신을 돌아다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앓게 된 병은 다른사람이 만들어준것이 아니라 모두 나 자신이 만들어 놓은것이란 걸 깨닫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이상하게 웃음이 나고 마음이 가벼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꿈을 꾸었죠. 서툴지만 글을 써보자 ! 책을 내자 ! 겉표지에 내 이름 석자가 새겨진 책을 갖겠다는 꿈이 생긴거예요

차츰 분노도 조절이 되고, 참는것도 되고, 마음이 넓어지고 다른 환자들이 시끄럽게 하고 병동이 어수선해도 저는 홀로 무인도에 와 있는 것 같은 고요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정신병동은 저에게 진정한 인생휴게소가 되어주었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중요시 여겼던 명예, 권력, 부, 사람과의 관계 그 모든것이

너무나 하찮게 느껴지고 다 욕심이었다는 생각을 하니까 제가 얻은 병도 고맙게 느껴졌어요


아프지 않았다면, 병들지 않았다면, 제가 정신과에 입원할 일도 없었을것이고 이런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을테니까요

어떤 환경에서든 마음으로 보는 눈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았죠


비가 오고 흐린날에는 너무 통증이 심해서 의사가운을 붙잡고 차라리 죽여달라 소리치던 저는 어디로 가고, 방실방실 웃고 있는 저를 만났어요 정신병동에서요 !

지금은 종이에 글씨만 써 있어도 다 좋고, 좋은 글을 읽으면 행복해요.

서툴고 미흡하지만 일상속에서 저만의 글을 쓰고 있어요


아직은 한 톨의 소금같은 글을 쓰는 능력은 안되지만, 언젠가는 저의 글이 한 톨의 소금으로 저처럼 아픔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웃음을 주는 글을 쓰는 날이 올거라 믿고 앞으로 전진하는 중이예요

부족하지만 부끄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글은 저에게 용기를 가져다주는 멋진 친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