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행버스
서울행 완행버스
길가에 정차하고
정류소에 정차하고
터미널에 정차하고
유람 가는 것처럼
쉬며 가자 쉬고 가자 하지
덜컹덜컹 완행버스
사람만 타고 가는 게 아니야
이 집 저 집 곡식들도
함께 타고 이리 쿵 저리 쿵
아프다 말도 없이
서울 가는 중이야
어느 정류장에서
볼 일 보다 버스 놓친 할머니
울며 불며 내 보따리 내 보따리 찾다
다음 완행버스에 실려
먼저 떠나 간 보따리 걱정에
안절부절 입 안이 바싹 타들어 가는데
완행버스 그 속도 모르고
여기저기 섰다 가고 가다 서기를 하지
서울행 완행버스
마장동 터미널에서
헤쳐 모여하니
할머니도 보따리 찾아
갈 길 가시고
곡식들도 각자의 길을 가고 나서야
완행버스 하루의 시동을 끄고
일렬로 누워 잠을 청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