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by 서윤


노을이 빨랫줄에 걸리는 시간

우물가에 앉아

이남박에 든 쌀을

한 톨이라도 놓칠까 흘러갈까

손바닥으로 막아내며

쌀을 씻는 어머니 한숨


식구는 많고

쌀은 부족하고

미리 삶아놓은 보리를 섞어

가마솥에 넣고 물 양을 조절해서

장작불 지피는 어머니

언제쯤이면 배불리 먹일까



밥상이 안방 문턱을 넘으면

고만고만한 자식들

비잉 둘러앉아

부지런히 숟가락질을 하는데

한참 클 나이 뱃고래는 커가고

늘어나지 않는 살림에

어머니의 주름이 깊어져 간다


밥상 들고나가는 어머니

마음이 천근만근인데

그나마 남은 쌀 며칠을 버티려나

부뚜막에 앉아 누룽지 긁는 어머니

배에서 새가 운다

꼬르륵 꼬르륵 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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