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메밀 베개
올해 메밀은 풍년이라
마당까지 흘러나오고
메밀을 보며
어머니가 웃음을 키운다
꺼끌한 알갱이들
손끝에 남는 낯선 냄새
고개를 돌리지만 메밀이 풍년이니
어머니 또
메밀수제비를 끓이시겠지
밤, 잠을 자려고 베개를 꺼내니
바스락 바스락
메밀 껍질 소리
서로의 잠을 깨우고
솜 대신 넣었다는 말
머리가 맑아진다는 말
어머니의 목소리는
베개보다 먼저 나를 재운다
그 밤 메밀의 숨이
머리를 받치고
어머니의 한 해가
조용히 베어든다
아침,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
잠자리 밖으로
한 걸음 먼저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