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은 복숭아

여름추억

by 서윤

벌레 먹은 복숭아


옥으로 빚은 것도 아니면서

옥의 반짝임으로 눈속임 하는

뽀얀 등잔 심지에 불이 켜지고

복숭아 과수원에서

벌레한테 잡아 먹혔다고

하루 종일 천대받다가

어머니 고무대야에 실려 온 복숭아


침침한 등잔불 아래

어느 속에 벌레가 있는지 알 수 없어

복숭아 과즙부터 느껴본다고

덥석 한입 물었는데

벌레나 복숭아나 그 맛이 그 맛이라

에라 이것저것 따지다가

많은 입에 빼앗길까

하나라도 더 먹고 보는데

말이 좋아 복숭아 속 벌레가

피부에 좋다나 뭐라나 그러니 그냥 먹으란다


등잔불이 옥이 아니어서 그런가

불빛은 왜 그리 힘이 없고

그림자는 시커매서

아무리 가까이 대봐야

벌레인지 복숭아인지 구분도 안 되고

철뿐인 복숭아

하나라도 더 먹어둬야지

일 년을 또 어찌 기다려

어느새 고무대야에 실려 온 복숭아

껍질까지 뱃속으로 들어가고

곰보 복숭아 씨만 마당에 버려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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