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전축

세월

by 서윤

오래된 전축


금이 간 유리뚜껑을 열었더니

그 안에 까만 판이 조용히 말한다

' 나는 아직 깨지지 않았어 ' 라고

겉표지가 햇볕에 그을리고 바래져서

글씨조차 희미해진 껍질 속에서

LP판을 조심스레 꺼내보니

세월의 무심함에도 변하지 않은

동그란 얼굴이 보인다

낡은 전축과 검은 동그라미가

아주 오랜만에 합체를 했다

얼굴도 이름도 목소리도 잊혔던 소리가

다시 조용조용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아 ~~ 이 소리였구나

아 ~~ 이 사람이었구나

반가움과 생경함 그리고 울컥임이

되살아나 마음을 흔들어버린다

금이 간 건 전축을 덮고 있던 뚜껑일 뿐

사실 내면에 감춰져 있던 건

그 무엇도 변한 적 없고 상한 적 없이

여전히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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