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
반지꽃의 하루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골목어귀에
보라색 반지꽃이
삶에 지치고 하루하루 고단한
걸음들을 바라보고 있었어
저 사람들은 너무 힘들어 보여
나를 보고 한번 웃어주면 좋겠어
내가 너무 작아 저들이 나를 못 보는 걸까
해바라기만큼 키가 크면 보아줄텐데
어느 날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반지꽃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저 아이는 나만큼 작으니 보아주려나
하지만 그 조그마한 아이도 그냥 지나갔어
반지꽃은 자신이 너무 작고 볼품없어서
사람들이 자신을 외면하는 건가 슬퍼하는데
그날 저녁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를
끌고 할머니가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어
여기에도 이렇게 예쁜 꽃이 피었네
저 건너 공원에 너의 친구들이 많이 있던데
너는 어쩌다가 여기 홀로 피어난 거니
가자 내가 친구들에게 데려가줄게
리어카 할머니는 반지꽃을 뽑아서
종이박스 위에 올려두고 내일 날이 밝으면
공원에 데려가려고 했지
할머니는 깜빡깜빡 병이 있었어
다음날 리어카에 실린 짐을 마당에 내려놓고 다시 폐지를 주우러 나가셨어
반지꽃은 자신을 잊은 할머니를 원망하지
않았어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했지
햇살에 말라가면서 반지꽃이 소원을 빌었어 다음에는 할머니집 담벼락에
피어나게 해달라고 할머니가 예쁘다고 말해준 게 너무 좋았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