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함
빈 지게
봄부터 가을까지 아버지 등에 업혀
마늘을 필두로 울타리 콩
고추 엽연초 참깨 들깨
보리 벼 하얀 콩 검정콩 땅콩까지
실어 나르던 지게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산으로 업혀 가
통나무 싣고
솔잎에 마른 가지 싣고
낙엽도 실어다 놓느라 허리가 휘었는데
주인은 겨울이라 한량놀이에
아래 동네 윷놀이도 가고
10원짜리 화투도 치러 다니면서
일한 품삯도 받지 못하고
옷 한 벌도 못 얻어 입은 빈 지게
겨우내 대문간 문지기 되어
서 있는 것도 서러운데
얄미운 참새들 짹짹 짹짹 낮잠을 깨우고
쓸모 없어진 몸뚱이 취급받으며
걸리적거린다고 핀잔만 듣는 빈 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