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루
눈이 녹아
질퍽해진 마당 끝
빈자루 더미
켜켜이 쌓여 있다
한 철을 담기 위해
입을 벌린 채
알곡을 삼키면서
지나간 시간을 뒤적이다
문득 빈자루 시절
채워질 날을 아는 듯
아무 말 없이
흙냄새 맡으며
별을 기다리던
밤을 떠올렸다
바람이 먼저 들어간
빈자루 안에
볕집 가득 담겨 꿰매진 입
기댈 곳 없이
논두렁에 널브러졌어도
채워졌다는 포만감에
둥근 배 내밀고
가을밤을 지새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