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스랑

by 서윤

쇠스랑


이슬이 마르지 않은 새벽

쇠스랑이 부지런히

땅의 등을 긁으며

두럭을 쌓아 간다


쇠스랑이 돌부리에 걸려

이빨 부딪히는 소리를 내면

미처 깨어나지 못한

밭둑의 풀들, 화들짝 놀라

늦은 기지개를 켜며

수줍은 웃음을 짓는다


쇠스랑은 땅을 파는

농기구가 아니라

사람과 땅을 이어주고

그곳에 뿌리내릴 씨앗의

방을 마련해 주는

숨의 시작이다


쇠스랑 끝에 묻은 것은

흙이 아니라

아버지의 여름이고

쇠스랑 손잡이에 밴 땀은

가을을 향한 희망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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