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싸리 빗자루
봄에 하얀 꽃으로 피어
들에 나가는 농부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던 시절 있었어
꽃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들에 지나다니던 한 농부가
나의 팔다리를 낫으로 베어버렸어
농부의 집 마당에 누워
말라죽는 잎을 보아야 했어
농부는 잘린 내 발목을 칭칭 감더니
움직일 수 없게 허리도 묶어버렸어
그때부터 농부의 마당을 쓸기 시작했지
낙엽도 쓸었고 눈도 쓸었어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갔고
내 몸은 점점 쇠퇴해졌어
여기저기 부러지고 갈라져
작은 몸뚱이가 되고 나니
차츰 마당 쓰는 일도 못 하게 되었어
꽃 피우던 봄날이 그리웠지만
농부는 끝내 나를 불 속에 넣어
화장장을 치러주었어
한 줌 재가 되어서야
다시 흙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