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남아 있는 것들
마당에 버티고 서 있는 돌절구
회색 이끼를 키우는데
돌방망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허물어져 가는 처마
백 살을 훌쩍 넘긴 늙은 서까래
봉당엔 고무신 대신 낙엽이 앉았는데
툇마루 아래 늙은 고양이 졸린 눈을 떴다 감았다
바람에 삐걱대는 나무대문
뒤꼍 감나무에 새가 쪼다 남긴 홍시
세월 먹은 흙담에 부서진 기왓장
대청마루 홍두깨 장승처럼 서서
고쟁이 사라진 빨랫줄에 매달린
색 바랜 빨래집게만 멍하니 바라보네
불씨 없는 아궁이 텅 빈 가마솥
텅 빈 항아리 주인의 부재를 알리고
바깥 마당 맨드라미는
언제부터 일가족을 이루었을까
온기 잃은 고택의 저녁
빛바랜 창호지
석양은 붉은 눈물만
주룩주룩 흘리다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