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도 '관계 맺기'다.
공간대여를 연지 정확히 1년 6개월이 지났다. 사실 고민이 많았다. 열기만 하면 잘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전자책이나 온라인 강의 중에 무인 공간으로 대박 났다는 주제들이 여럿 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다행히, 향유지기는 첫 사업은 ‘알리는 과정’이란 마음을 한쪽에 단단히 갖고 있는 터라 아직은 만들어 가고 있다. 고로 이런 마음이 아닌 분 들이거나 이 사업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물론, 대박을 치는 사람들도 있으니 철저히 그 사람들을 벤치마킹하고 도입해 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무인 공간을 열고 1년 6개월이 지나온 과정 중 깨닫게 된 것, 그리고 변화와 성장에 초점을 두고 쓰고자 한다. 사업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유기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양한 품목에서 ‘무인’이 붙어있다. 무인 커피숍,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슈퍼, 무인 문구점, 무인 꽃집 그리고 공간대여(무인 공간) 등 까지 무척 다양하다.
‘무인 시스템’은 주인이 없는 공간을 자유롭게 출입하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안하게, 그리고 천천히 상품을 둘러보고 구입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선호되는 시스템이다. 운영하는 운영자 역시도 항상 상주할 필요가 없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측면에서 편리한 운영 방식이며 고객과 운영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부분도 큰 장점으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무인’이라 해서 ‘관계’가 중요하지 않을까?
2년 전, 아이친구들과 무인 공간을 대여한 적이 있었다. 눈이 내리는 예쁜 날이었지만 무척 추운 날이기도 했다. 아이들과 엄마들은 얼른 들어가 몸을 녹이고 편안히 앉아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고 예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급히 들어간 공간은 햇빛이 안 들어 바깥보다 더 추웠다. 온풍기 리모컨을 찾아 강풍으로 틀어 놓았지만 사용하는 2시간 내내 추위에 떠느라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지인의 초대를 받고 무인 꽃집에 들렀다. 오픈 시간이 지났으나 꽃집은 불이 꺼져 있었다. 포장된 꽃들과 화분을 둘러보는데 가격이 없는 꽃들이 있었다. 마음에 드는 화분을 찾아 가격을 묻는 전화를 걸었다. 가격을 확인한 후 구입하려 했으나 화분을 담아갈 봉투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지인의 집은 버스로 10분 거리다. 화분을 안고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이다. 그냥 나왔다.
반면, 종종 가는 공유서재가 있다. 그곳은 예약과 동시에 차량 번호를 묻는 메시지가 온다. 예약일에 맞춰 차량을 등록해 주고 주차장 위치를 상세히 알려준다. 공유서재에 도착해 출입 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면 미리 불을 환히 밝혀두어 이용자를 맞이한다. 그뿐 아니라 미리 냉난방을 켜두어 들어가는 손님이 춥거나 덥지 않게 준비해 둔다.
나는 '향유'를 준비할 때 종종 이 공유서재를 떠올린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공간이지만 끊임없이 손님의 필요를 생각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손님인 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 따뜻한 배려가 나에게 전달되고 이에 고객인 내가 공감하면 그것이 곧 만족이 된다. 나에게 유발된 '만족'은 재이용을 일으키고 그것이 반복되면 '단골' 고객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용자와 운영자는 '관계'를 맺는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관계 맺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리뷰'일 것이다. 공간이나 상품에 대해 고객은 '리뷰'를 남겨 운영자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 표현에 '사장님 댓글'이 달리고 그 반응 속도가 빠르고 내용이 진실할수록 고객들은 운영자와 그 상품이나 공간을 신뢰한다.
인스타나 블로그 홍보 역시도 '관계 맺기'에 해당한다. 요즘은 사업장을 열때 오프라인 홍보보다는 온라인 홍보에 많은 힘을 쏟는다. 온라인상에 제품이나 공간을 노출시켜 익명의 타겟층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꾸준히 노출된 제품과 그 안에 담긴 운영자의 마인드에 공감한 사람들은 온라인 친구가 되고 제품과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어쩌면 온라인 시대 이전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우린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향유' 역시 무인 공간대여 사업이지만, '고객과의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깨달아 가고 있다. 의도한 부분들도 있고 의도하지 않은 부분들도 있지만, 그 관계 맺기의 과정들이 ‘향유의 영업기’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