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2
존 디어스는 아날로그다.
물론, 그도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있다. 휴대폰을 가지고 있고, Venmo를 이용하여 수업료를 받는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Venmo에서 친구 신청을 어떻게 받는지도 모른다. 전자기계는 살아가는데 최소한 만을 쓰고 있는 듯하다. 나보다 조금 더 심하다. ㅋ
존은 올해 71세이니 나보다는 한세대 위다. 그러고보니, 존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에 태어났다. 태평양 건너 편 조그만 반도에서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거나 비참한 삶을 살때, 그는 메사추세츠 주에서 태어났다. 언제 어디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인간의 삶의 조건은 그리고 삶 자체는 이렇듯 매우 달라진다.
나의 어머니는 그 당시 전북 부안에 사시고 계셨다. 언젠가, 전쟁당시에 미군폭격에 죽을 뻔 했었던 경험을 나에게 들려주셨다. 한국전쟁중에 미군은 막강한 공군력으로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었고, 미군 전투기들은 소위 공비소탕이란 명목으로 폭탄과 기관총을 땅위에 움직이는 모든 물체들에게 무차별 발사를 하곤 했다고 한다.한국전쟁 중 한반도 전역에서 벌어진 미공군의 공중폭격에 대해서는 김태우 저 <폭격> (2013, 창비)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어머닌, 어느 하루 부안 읍내에 나가셨다. 대낮이었다고 한다. 비행기가 날아왔고,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허겁지겁 길가에 있던 집 밑에 숨어들었다. 어머니도 한 집에 들어가려했다. 그런데 그곳은 이미 사람들이 차서, 그 사람들이 어머니에게 다른 곳으로 가라고 내쳤다고 하셨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집 처마밑에 웅크리셨다. 그런데, 전투기에서 떨어진 폭탄이 원래 들어가려던 집에 떨어져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다 죽었다고 하셨다. 만일, 어머니가 원래 그 집에 숨으셨다면, 난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의 고향 익산에서도 공중폭격이 있었다. 그 기록의 한 단편이 익산 역 한 귀퉁이에 추모비로 서 있다. 익산 역에 내려 가까운 고향집으로 걸어가는 방향에 그 추모비가 서 있었다. 고향집에 갈때 가끔, 그 추모비 앞에 잠깐 서 있곤 했었다.
왜 갑자기 어머니의 한국전쟁 경험이 떠올랐을까. 존이 태어난 해가 한국전쟁이 발발한 때여서 인가. 아니면, 존의 아버지가 이차대전 중, 태평양전쟁에 참여하였기 때문인가. 존의 아버지는 이차대전 중에 태평양에서 일제와 싸웠다. 그리고 고향에 살아 돌아와, 존을 낳았다. 그는 재즈를 너무 좋아하여 재즈 레코드를 밤새도록 크게 틀곤 해서, 다른 가족들이 불평이 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존에겐 그 아버지가 밤새 틀던 재즈음악이 평생의 영감이 되었다. 존은 자신의 아버지를 자신의 첫 선생으로 여긴다. 아이러니하다. 나와 존의 만남이.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의 아들은 커서 트럼펫 재즈연주자가 되었고, 한국전쟁 중에 미공군 폭격에 살아남은 한 여인의 아들은 물리학이 이끄는 곳으로 흘러와 나이가 들었고, 어느날 트럼펫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존을 만났다. 위도가 38도인 샬롯스빌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우연의 연속 속에서 필연 혹은 운명이라는 단어에 어울릴 것 같은 순간들을 접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존은 아날로그다..로 다시 돌아오자. 존의 수업방식은 악보노트와 연필, 그리고 직접 연주다. 교재가 없다. 존의 머리와 손이 교재다. 어제 두번째 수업을 받았다. 저번 주의 첫 수업때 처럼, 존은 악보노트를 꺼냈고, 연필을 들었다. 일주일 동안 내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잠깐 들어본 후에. 그리곤, 다음 일주일 동안에 내가 연습해야할 세 곡을 적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간단한 블루 곡을 적어내렸다. 내가 곡의 이름을 붙여달라고 하자, 그는 씩 웃더니 'Blues for my trumpet'을 그 곡 위에 적었다. 이런 곡은 하루종일 적어내릴 수 있다며. 존의 머리에 어떤 곡들이 들어있는지 궁금하다. 아주 조금은 차차 알아가게 되리라.
마지막 곡은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이었다. 내가 높은 음을 곧잘 낸다며, 나를 위해 약간 높은 음으로 편곡을 하였다. 그리곤, 자신이 직접 연주를 할테니, 나에게 녹음을 하라고 했다. 내가 연습할때 듣고 따라하라고 했다. 그후, 존이 부르고, 내가 따라하는 연습을 하였다. 마지막에는,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을 같이 불렀다. 난 기본 음들을 부르고, 존은 재즈식으로 사이사이에 제멋대로 불렀다. 연주 후에, 씩 웃으며, '너의 첫 트럼펫 합주야'라 말했다. ㅋ 난 복도 많다. 이런 선생을 만나다니..
여기에, 존의 연주 두곡을 올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V0SUsYKaZCY
https://www.youtube.com/watch?v=a-Y-N_MY_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