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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Mar 12. 2023

트럼펫과 칵테일

Jazz, D dorian scale

* 표지사진: D Dorian scale (D dorian 음계)


오늘 토요일 오후, 트럼펫 선생 존 디어스의 집에 가서 1시간 40분 가량 술한잔에 잡담을 나누고, 트럼펫도 불다가 왔다. 어제 존이 불쑥 문자를 보내왔다. 이번 주말에 자신의 집에 와서 같이 술한잔 하자고. 수업이 아니고 그냥 같이 노는 것이니, 수업료는 필요없다며. 그래서 갔다. 샴페인 한병, 오렌지 주스 한병, 바겟트, 치즈, 그리고 작은 bourbon 한병을 가지고 갔다. 존이 좋아하는 술은 bourbon 이다. 몇주전에 수업을 존의 집에서 했는데, 나에게 bourbon 한잔을 권했었다. 술을 거의 하지 않는 나에겐 너무 쎈 술이었다. 그래서, 나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벼운 칵테일 미모사 용으로 샴페인 한병과 오렌지 주스 한병을 샀다. bourbon은 존을 위해서.


둘이서 샴페인 한병이 다 없어질때까지 미모사를 만들어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서로의 인생에 대해. 약간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이며. 존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다. 


그리곤, 존이 나에게 트럼펫을 불자 했다. 교재도 없이. 요즘, 존은 나에게 재즈식의 작곡을 가르치려는 듯하다. 작곡의 첫 걸음은 그저 한 음계(scale)의 음들을 무작위로 기분 내키는 대로 불러제끼면 된다는 것이 존의 지론이다. 오늘, 예로 D-dorian 음계를 가르쳐주었다. D-dorian 은, C-major와 같은데, C음이 아닌, D음부터 시작하는 음계다. 그래서 같은 음들로 이루어져있는데, 두 음계는 전혀 다르게 들린다. 


나에게 D-dorian 음계의 음들을 이용하여 내 기분내키는 대로의 멜로디를 불어보라고 했다. 자신은 피아노로 반주를 하고. 존에 의하면, 어떤 노래의 악보를 보며 그대로 따라 부르는 것과 악보없이 자신의 멜로디를 만들어 부르는 것은 우리 뇌의 다른 부분을 자극하는 훈련법이라 한다. 재즈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멜로디를 만들어 부르는 것에 더욱 중점을 두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그래서, 존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불러제껴보았다. 여러번을. 그중에 어떤 때는 멜로디가 제법 그럴듯하게 나왔다. 자신감을 가지고 부를때는. 자신감이 사라질때는 멜로디가 별로였고, 더이상 나아갈 수 없어 중단하게 되었다. 좋은 멜로디를 다시 반복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 내키는대로 불러보니, 존이 말하는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물론, 핑거링 (fingering - 버튼을 누르는 법)을 자유자재로 빠르게 할 수 있게 되면, 멜로디도 재즈풍이 더 날 수도 있겠다. 좋은 경험이었다. 이제부터는, 연습할때 한 음계를 잡아서, 그 음계의 음들을 이용하여 연습을 하라고 주문하였다. 


존의 주문한 연습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워밍업으로 D-dorian의 음계의 음들중에서 다음의 수순으로 부른다: 1-3-5-7-9-8-7-6-5-4-3-2-1-2-3-4-5-6-7-8-9-7-5-3-1. 여기에서 숫자는 그 음계에서 나오는 순서대로의 음이다. 예로, 1=D, 2:E, 3:F, 4:G 등등.

2. 워임업 후에는, 그 음들을 기분에 내키는대로 조합을 하여 멜로디를 만들어 부른다.


악보없이, 머리로만 생각해서 하는 연습이다.


존과 이렇게 주말 오후에 만나 간단한 칵테일을 마시며 이런저런 깊은 속내를 털어내며 이야기도 나누고, 트럼펫도 배울 수 있는 친구가 되어가나보다. 이런 걸 보면, 난 인덕이 있는 편인가.. 존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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